"육첩방은 남의 나라/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16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릿쿄(立敎)대학 교회에서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울려 퍼졌다.
윤동주 연구자 등을 주축으로 자발적으로 만든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의 모임'이 이날 윤동주 시인의 69주기를 맞이해 추모 행사를 열었다.
행사장에서는 서시 외에도 햇빛·바람, 자화상, 아우의 인상화, 쉽게 씌여진 시, 사랑의 전당 등 고인의 작품 5편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낭독됐다.
행사장에는 전전날 폭설의 영향으로 강풍이 부는 궃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한국인 유학생 등 200명 가량이 참석해 시대의 변화에도 퇴색하지 않은 윤동주 시인의 작품세계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2007년에 윤동주 시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도쿄에서 '시인 윤동주와 함께 모인다'는 소모임을 만든 것이 릿쿄 모임의 계기가 됐다.
이들은 2008년부터 윤동주 연구자인 야나기하라 야스코(楊原泰子) 씨를 중심으로 릿쿄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추모 행사를 열어 왔다.
시인은 25세이던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릿쿄대 영문과에 입학했다가 같은 해 가을 교토에 있는 도시샤(同志社) 대학 영문과로 학교를 옮겼다.
그는 1943년 일본에서 항일 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에 유학 중인 고종사촌 송몽규와 함께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다음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교토지법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용됐다가 1945년 2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윤동주 시인은 옥고를 치르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감 중에 생체 실험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체포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경위가 명확하지 않다.
현재 일본에는 도시샤대학과 교토조형대학 등 일부 대학 캠퍼스에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