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명·안전 '최우선'이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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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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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협의회 '재난의 의미와 이에 대한 우리의 자세' 주제로 월례회;손봉호 교수'재난의 의미와 이에 대한 우리의 자세' 역설
손봉호 교수   ©자료사진

자연재해가 인간의 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인지에 대한 신학적·성서적·윤리적·목회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회장 김명혁)는 '재난의 의미와 이에 대한 우리의 자세'라는 주제로 2월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14일 오전 7시 서울영동교회(담임목사 정현구)에서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자연재난과 윤리적 책임'이란 주제로 발표한 손봉호 교수(한복협 사회위원장·고신대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윤리적 책임은 자유의지를 가진 인격체에만 물을 수 있다"며 "자연은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현상에 대해서는 그것이 아무리 큰 해를 끼치더라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법률에서는 자연재난을 어떤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뜻에서 '하나님의 행위(Acts of God)'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재난은 악한 자와 선한 자, 심지어 전혀 범죄할 가능성조차 없는 어린이들에게조차 큰 고통을 가하기 때문에 신상필벌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 되고, 따라서 우주를 지배하시는 하나님의 정의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된다"며 "1755년에 일어난 리스본의 지진에 약 5만 명이 사망하고 도시의 3/4이 폐허로 변하자 유럽 지성계에 큰 논란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손 교수는 "프랑스의 계몽주의자 볼테르(Voltaire)는 캉디드(Candide)란 소설을 통해 무죄한 어린이까지 죽게 한 하나님의 정의와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의 변신론(theodicy)에 대해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손봉호 교수는 "욥기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하나님께 요구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따라서 자연재난에 대해서 하나님의 책임을 논의하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무시한 잘못이다"며 "동시에 자연재난이 피해자에 대한 하나님의 처벌이라고 단언하는 것도 근거가 없다. 그런 재난의 의미는 인간의 인지능력 바깥에 있다"고 말했다.

관점을 바꿔 손 교수는 "자연재난의 피해는 인간의 악에 의한 피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며 "최근의 역사에서 가장 큰 자연재난으로 알려진 1931년의 중국 홍수에 희생된 사람은 400만인이었고, 2004년 인도양에서 일어난 쓰나미는 23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갔으며 15만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서 일어난 쓰나미는 1만천여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에 비해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군인만 수천만 명이 전사했고 유대인 600만 명이 학살당했다. 한국 전쟁에서도 군인과 민간인 약 3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화산과 지진을 제외한 다른 자연재난은 인간의 잘못 때문에 그 피해가 크게 가중된다"며 "이미 18세기 리스본 지진과 관계해서 스위스 정치학자 장 자크 루소(J. J. Rousseau)는 리스본에 사람들이 건물을 5층으로 높이 지었기 때문에 피해가 늘었다고 지적했다"고 했다.

손 교수는 "지구의 온난화로 태풍의 강도가 높아지고 홍수와 가뭄이 극심해지며 투발루(Tuvalu)와 몰디브(Maldives)가 곧 물에 잠길 것이고 상해도 위협을 받고 있다"며 "자연재난처럼 보이는 것 가운데도 실제로는 인재인 것들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세력이 강화된 태풍, 폭우, 가뭄, 폭서, 혹한 등의 자연재해의 피해는 지구온난화에 별로 기여하지 않은 투발루나 몰디브 등이 받고 있다. 이는 전혀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전 인류가 져야 하되 특히 미국 등 선진국 국민들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며 오염물질 배출량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후쿠시마 지역과 일본도 장기적으로는 쓰나미보다 원전의 방사능으로부터 더 큰 손실과 고통을 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손 교수는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정부가 소비를 진작시키려 하나, 인류 전체를 위해서는 소비를 줄임으로 지구온난화를 방지해야 한다"며 "전세계 그리스도인들은 종교개혁자들이 강조한 '세계내적 금욕'(Max Weber)을 실천함으로 가능한 한 환영오염을 일으키는 소비를 줄여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자연재난을 막을 능력은 없지만 그 피해를 줄일 책임은 있다"며 "다른 사치를 축소하더라도 재난을 예측하고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하며, 재난이 일어났을 때 구조할 수 있는 장비, 훈련, 시설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자연재난이 일어났을 때 가능한 한 신속하게 그리고 충분하게 구호활동을 펴는 것은 모든 시민들의 윤리적 의무이지만 특히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중요한 임무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최고 가치로 인정하는 분위기와 여론 형성에 앞장 서는 것도 그리스도인들의 윤리적 의무라 할 수 있다"며 "이런 활동에 적극성을 보여야 기독교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중시한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으며 그런 가치를 문화에 심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한편, 이날은 손봉호 교수 외에 이외 김영한 교수(한복협 신학위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윤희 교수(한복협 여성위원장, CCC 상근이사), 박종화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경동교회)가 각각 신학적·성서적·목회적 관점에서 발표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손봉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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