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개인정보가 담긴 자격증을 잘못 배송하곤 뒤늦게 회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천만 명의 피해자를 낳은 사상 최악의 금융권 고객정보 유출로 전국이 떠들썩한 상황에서 경찰마저 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경비지도사자격증 재발급을 신청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10일 경찰청으로부터 '자격증재중'이라고 적힌 등기를 받았다.
그러나 등기를 뜯어 본 전씨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A4 용지에 감싼 자격증이 A씨의 것이 아니였던 탓이다.
A씨는 주민등록번호와 자격번호 등이 기재돼 있는 자격증이 잘못 배송된 사실을 경찰에 즉시 알렸다. 경찰은 A씨의 자격증이 B씨의 것과 서로 뒤바껴 배송된 것을 확인한 후 부랴부랴 회수 조치했다.
경비지도사자격증은 범죄 증가에 대응해 경찰력의 보완적 역할을 하기 위해 도입한 자격제도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교육과 시험 업무를 맡는다. 공단 측이 합격자를 통보하면 소관부처인 경찰청이 자격증을 발급해준다. 편의상 방문 수령하기 어려울 경우 우편 발송해 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우편 발송 과정에서 업무 착오가 있었다"면서 오배송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오배송 실수는 처음있는 일이다. (사실) 확인 후 즉시 회수하곤 원수혜자들에게 재발송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사 등으로 개인정보가 기재된 자격증이 타인에게 잘못 전해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번 사고 역시 개인정보 보호시스템 관리 미흡이 부른 '인재(人災)'라고 지적하며, 자격증 내 개인정보 기재를 최소화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자격증 소지자에게 배정되는 자격번호와 성명만으로도 충분히 식별 가능하다"면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을 막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규정 한국정보화진흥원 개인정보보호단장도 "자격번호·성명 등 최소한의 정보만 기재하되, 업무상 신분 확인이 필요하다면 추후 발급기관에 인증·확인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와 부작용이 자격 식별 과정을 거치는 번거로움에 비해 훨씬 크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금융회사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개인정보보호 시스템을 전면 정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찰청은 "개인정보가 남발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자격증의 개인정보 기재 여부를 검토한 뒤 시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