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문제가 2월 임시국회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의를 꺼리는데다가 그 동안 종교인 과세 관련 논의가 진보 교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보수 교계에 반발에 부딪혀 연기될 확률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종교인 과세 문제가 세법개정 사안인 만큼 연발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켜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정부 계획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종교인 과세를 마무리 짓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조세소위원회는 오늘 14과 18일 양일 종교인 과세를 포함한 법안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통과 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눈치보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관계자들도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세법 개정안은 통상 세제개편안때 포괄 논의되는 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종교인 과세만 따로 떼어나 통과시키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교인들이 대부분 반대하는 종교인 과세 카드를 빼들었다간 자칫 종교계 전반적인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개신교 보수교단과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종교인 납세를 반대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달 23일에는 '정교분리와 윤리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시국대책위원회'(대표회장 신신묵 목사, 상임대표 권태진 목사)가 교단장 초정 간담회를 갖고 종교인 과세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참석자들을 △종교안 과세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지만 가능하면 법제화 대신 종교인 스스로 납세하는 방향으로 정치권과 타협안을 마련하고 △향후 구체적 대응을 위한 일종의 '싱크탱크'(think tank)를 조직, 운영을 위한 예산 확보 방안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지난 5일에는 예장 합동·고신·합신 3개 교단 관계자들이 모여 '종교인 과세' 입법화가, 한국교회 보수 교단들의 입장을 듣지 않고 진보 측의 의견만을 편향적으로 청취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법으로 '종교인 과세'를 실시하는 것이 자칫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자발적 납세나 봉사 등 사회적 섬김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에 2015년부터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4.4%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기타소득의 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 과세 대상에서 빼고 나머지 소득에 대해 22%(주민세 포함) 세율을 적용, 원천징하는 방식으로 소득의 크기에 상관없이 4.4%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안소위는 시행 시기와 과세방법 등에 대한 이견으로 지난해 연말 이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특히 정부가 종교인에 대한 과세 분류를 기타소득을 한 이유가 성직자라는 특수한 신분을 감한 것이 아니라 근로소득으로 분류할 경우 대부분 저소득 성직자도 EITC(근로장려금제도) 지원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과세금 보다 오히려 지원금이 많아질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 국회예상정책처의 보고서의 따르면 14만명으로 추산되는 목회자 중 8만여명이 근로장려금 대상자로 정부가 지급해야 할 장려금은 연간 737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정치권에서는 소득세법에 별도의 '종교인소득' 항목을 신설, 과세하는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과 근로소득세·사업소득세 납세자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교계 한 관계자는 "국회가 지방선거로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한 논의를 미루는 것이 단순히 시간끌기에 그쳐서는 안된다"며 "종교계 전체의 목소리를 잘 수렴해서 합리적인 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