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대한 해외 신뢰도가 신흥국 금융불안에 관계없이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보다는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9일 해외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한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일부 신흥국의 화폐가치가 급락했다.
지난해 6월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축소를 거론한 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국에서 자금이탈이 가시화돼 위기론이 제기됐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로 인해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S&P는 8일(한국시간) 주요 신흥국중의 하나인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피치도 정정불안과 외채상환불안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국가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두단계 내렸다.
최근 몇년간 해외자본이 들어오면서 풍요를 누렸지만 펀더멘탈이 취약한 국가는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WJ, "한국경제 전망 밝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J)은 지난 5일자 보도에서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가 분류한 신흥시장국 5개 그룹을 소개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정부의 잘못된 살림살이로 통화 위기에 직면한 나라로 아르헨티나·우크라이나·베네수엘라를 꼽았다.
방만한 대응으로 화를 키운 국가로는 터키·남아공·태국·인도네시아·칠레·페루를 지목했다. 이들은 글로벌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이어지면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됐다.
금융구조가 취약한 국가로는 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 경제모델 자체를 개편해야 하는 국가로는 인도·중국·브라질·러시아를 꼽았다.
반면 한국·필리핀·멕시코·폴란드·체코 등의 경우 경제개혁과 부채 감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전망이 밝은 국가로 분류했다.
◇FT "韓 미국발 수혜국 될 것"
한국 경제에 긍정적 평가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두번째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한 이후 코스피와 환율이 잠시 요동쳤지만 낙관적 전망이 주를 이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1월22~23일 이틀에 걸쳐 보도한 기사에서 한국을 가장 혁신적인 나라 1위로 꼽았다. 또한 '베스트 이머징마켓 2위', '기업하기 좋은 국가 13위'로 선정했다.
포브스는 지난해 12월4일자 기사를 통해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 38위로 뽑았다. 블룸버그보다는 다소 인색하게 평가한 셈이다.
포브스는 한국의 혁신부문은 17위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준데 반해 ▲무역자유 101위 ▲화폐정책자유 51위 ▲재산권 116위 ▲시장성과 51위 ▲투자자 보호 43위 등으로 평가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 1월25일 기사에서는 '한국 등 신흥시장의 통화가 불안하지만 1997년과 다르다', 1월29일자에서는 '아시아 제조업 회복 징후에 힘 실어준 한국'이란 기사로 한국시장에 대한 믿음을 표시했다.
◇긍정론 속 경계감 여전
하지만 한국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른 신흥국보다 경제기초가 튼튼하지만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WJ는 1월27일자 '버냉키 조류'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조류가 빠져나가고 나서야 누가 알몸으로 수영했는지 알 수 있다"는 워런 버핏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한국은 FTA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다른 국가보다 위험도가 낮지만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통화정책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로널드 맨 HSBC 아시아담당 이코노미스트는 1월29일 FT의 기고문을 통해 "선진국의 통화정책에 따른 파급효과로 발생한 금융변동성은 한국성장에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J은 "원화가치 급등으로 한국의 주요 수출업체들이 수세에 처해 있고 올해도 이같은 원·엔 환율 흐름이 이어지면 한국 기업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일간의 정치적 불협화음을 악재로 꼽는 등 여러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한국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일본의 니케이경제신문은 "일본의 대(對)한 투자가 지난해(1~9월) 신고액 기준으로 40% 감소했고 한국의 대일 수출도 침체했다"며 "아베 총리의 극우 행동으로 촉발된 양국의 정치적 대치상황이 자칫하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