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이사회의장 최세훈)가 인터넷 게시물에 특정 집단을 '모욕'하는 내용을 삭제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을 정하겠다고 하면서도 '종교'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거세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KISO가 4일 인터넷 게시물에서 지역·장애·인종·출신국가·성별·나이·직업 등 특정 집단을 모욕하는 내용에 대해서 신고하면 인터넷 사업자의 판단으로 삭제 조치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했다"면서 "그렇지만 종교와 정치·사상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고 밝혔다.
교회언론회는 "기독교에 대하여 '개독'이니, 하나님에 대하여 '사막 잡신' 등과 같은 표현에 대해서 KISO에서는 삭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며 "이는 KISO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행태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욕이나 혐오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서, 결국 기독교에 대해서는 모욕을 해도 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며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되지 않는다는, 그야말로 자기들 마음대로 정한 규정대로만 하겠다는 오만(傲慢)의 극치이다"고 말했다.
교회언론회는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가지고 있는 종교에 대해서 무시해도 된다는 이상한 논리이다"며 "이를 예외 조항으로 둔다는 것은 기독교를 만만하게 보는 포털사들에 갑의 횡포"라고 일축했다.
교회언론회는 "KISO는 '강령' 제3조에서 말하는 이용자의 권리와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을 방기(放棄)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제6조에서도 '편향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KISO의 '이용자 가이드라인'에서 불건전 정보의 욕설 규정을 '동물을 빗대거나, 성(性)적 모욕감, 신체 손상 및 경멸의 내용'으로 정했으며 접두사에'개','미친', '잡','씨' 등이 들어갈 경우, 이에 제한을 두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스스로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교회언론회는 "이런 규정대로라면, '개독'이나 '사막 잡신'은 분명히 사용할 수 없는 욕"이라며 "이를 이용자들이 계속 사용하는 것은 명백히 기독교에 대한 모독이므로, 포털사들은 이를 자진 삭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교회언론회는 "인터넷 포털사들이 스스로 만든 KISO의 '강령' 제8조에서는 이용자들과 국민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지향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며 "이것이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면, 하루속히 기독교에 대한 모욕적 표현들을 삭제토록 결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포털사들은 스스로 '욕'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그런 불건전한 내용들일지라도 클릭수를 많이 올리면 된다는 그야말로 상업 목적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며 "법과 상식과 규정조차 지키지 못해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는 인터넷 매체의 결과는 뻔한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는 다음 커뮤니케이션, 네이버, SK 커뮤니케이션즈 등 주요 포탈업체와 케이티 하이텔 팍스 넷, 뽐뿌 커뮤니케이션, 부동산 114, 씨나인, 인비전커뮤니티, 씨엘 커뮤니케이션즈, 파코즈 하드웨어 등 IT기반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