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 국가에서 화폐발행잔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7일 김 총재는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국제 화폐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낮아져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강화된 데다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화폐보유의 기회비용이 낮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안전통화 역할을 하는 미국 달러, 유로화 등을 중심으로 고액권의 수요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는 경제·정치 위기 발생시 신흥시장국의 경제주체들이 보유 금융자산의 일부를 기축통화(key currency)로 전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총재는 화폐수급 환경 변화에 따른 중앙은행의 역할을 설명하며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디지털기기의 보급 확대도 중앙은행의 발권정책 수행에 적지 않은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기기의 발달로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위조지폐를 비전문가도 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며 "각국 중앙은행은 위폐유통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대처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비현금지급수단의 사용이 늘었지만 현금은 여전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급수단"라며 "현금의 거래금액은 비중은 줄었지만 건수 기준으로는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화폐수요는 기술·경제적 외에 다양한 요인으로도 변동한다"며 "중앙은행이 민간의 화폐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화폐수요에 대한 예측력을 제고하고 화폐유통시스템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