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손양원 목사, 95년 만에 고교 '명예 졸업장' 받아

'따님' 손동희 권사 "아버지의 뜻, 이제 이해할 것 같아" 눈물
故 손양원 목사   ©자료사진

고(故) 손양원(1902∼1950) 목사가 중동고등학교 입학 95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6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중동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손양원 목사의 딸 손동희 권사(82)가 명예 졸업장을 대신 받았다.

손 권사는 "독립운동으로 집안이 어려워져 아버님은 고학했지만 끝내 중동고에서 학업을 마치지는 못했다"며 "할머니 뻘 되는 입장에서 졸업장을 받으러 여러분 앞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 제가 대신 명예졸업장을 받아서 매우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경남 함안 출신으로 3·1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 중동학교에 입학했다. 아버지 손종일 장로가 3·1 만세운동으로 구속되자 일제의 강압으로 학업을 그만뒀다.

이후 손 목사는 1938년 평양신학교를 졸업하고 애양원교회에 부임한 뒤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 생활했다. 당시 손 목사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다 1942년 투옥됐다.

손 목사는 '전향'해야 출옥할 수 있다는 담당 검사의 위협을 뿌리치고 광주 형무소에서 경성 구금소, 청주 구금소 등으로 옮겨 다니며 광복 때까지 옥고를 치렀다.

1948년 10월 여순사건 발생 당시 손 목사의 두 아들 동신과 동인은 공산당원들에게 살해당했다. 그러나 손 목사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기독교 가르침에 따라 자신의 두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공산당원을 양아들로 삼았다.

손 목사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공산군에게 체포돼 여수 근교 미평에서 총살당하며 짧은 생을 마감했다.

오후 2시에 열린 세미나에서 김병민 교장은 "지금 학문을 연마하는 후배들이 손양원 목사님 같은 분을 사표로 삼고 인생의 목표를 설정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성인의 반열에 오르고도 남으실 위대한 분을 중동 가족으로 맞게 돼 학교장으로서 무한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백강수 중동고 총동창회장은 "손양원 목사님이 중동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은 우리 동문들에게 영광스러운 일이자 한국 기독교계의 경사"라며 "손 목사님이 당시 조선어로 수업하고 마지막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했던 중동을 선택하신 것은 필연이자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중동 신우회가 탄생하게 됐다. 손 목사님께 명예졸업장을 드렸더니, 손 목사님께서 중동 신우회를 선물로 주셨다"고 덧붙였다.

명예졸업장 수여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지난해 봄 중동동문 포럼에서 김무성 의원(새누리당)이 신상발언을 통해 손양원 목사가 중동 출신이라고 이야기했고, 확인 도중 유현종 작가가 쓴 <소설 손양원-사랑과 용서(홍성사)>에 손 목사의 중동학교 시절 이야기가 상세히 나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백 회장은 이후 유현종 작가, 손양원목사 순교기념관 직원 등을 통해 증거자료를 입수했고, 학교측에 명예졸업장 헌정을 요청했다는 것. 그는 "규정상 난점에도 대승적 차원에서 명예졸업장을 수락해 주신 학교측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손동희 권사는 "여순 사태로 오빠 두 분을 잃었을 당시 16살 사춘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오빠를 죽인 사람을 양아들로 받아들인 아버님의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 뜻을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손 권사는 "아버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동방요배를 거부하면서 고초를 당하셨고, 만두를 팔면서 학교를 다닌 중동학교 시절에는 주일에 만두를 팔지 않다 만두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며 "장남인 데다 할아버님이 잡혀가셔서 집안 형편도 어려워져 결국 학교를 그만두셔야 했다"고 전했다.

손 권사는 "아버님은 신학교에서 주기철 목사님에게 순교의 정신을 물려받았을 것라고 생각한다. 6·25 당시 피난을 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한사코 남아 계셨다. 제가 16세 때 두 오빠가 순교했고, 18세 때 아버지가 순교하셨다"고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방지일 목사(영등포교회 원로)는 여기 계신 분들 뿐 아니라 이번 졸업생들이 '사랑의 원자탄'처럼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만열 이사장은 '손양원 목사의 한국사적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이 이사장은 "손양원 목사님은 지금 교황이 이름을 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처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모자람 없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손 목사님은 목회자로서는 드물게 많은 저작을 남기셨다. 책을 쓰셨다는 게 아니라 편지나 일기, 설교 등인데 본격적으로 연구하자면 전집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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