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베토벤'으로 불리는 청각장애 작곡가 사무라고치 마모루의 작곡 사기극으로 일본이 충격에 빠졌다.
5일 교토통신은 사무라고치의 대리인의 말을 인용해 "다른 사람이 쓴 곡을 자신의 곡으로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사무라고치는 이날 대리인을 통해 자신이 최근 18년간 발표해온 작품들이 악곡의 구성과 이미지만 자신이 제안한 것이고 나머지는 별개의 인물이 작곡했다고 밝혔다. 그는 "팬들을 속이고 관계자를 실망시킨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작곡가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도 나서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만 언급했다.
사무라고치의 고백이 있은 뒤 일본 언론과 인터넷은 이를 주요 뉴스로 다루며 속보를 이어갔다. 특히 그간 뉴스와 'NHK 스페셜'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그를 영웅으로 조명해온 일본 공영방송 NHK는 충격에 빠졌다. NHK는 이날 "사무라고치가 1996년 영화 음악을 작곡할 때부터 돈을 주고 대리 작곡가를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전에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피겨스타 다카하시 다이스케(28)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사용할 예정인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도 대리작곡가가 만든 곡으로 확인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히로시마 출신인 사무라고치는 1963년 원폭 피해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피아노를 배우던 10세부터 작곡을 했다. 17세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청각장애가 날로 악화, 37세에 청각을 완전히 잃었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작곡을 계속, 2003년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를 완성하며 '현대의 베토벤'으로 불리게 됐다.
비핵화의 희망을 담은 '히로시마'는 2008년 초연, 2011년 일본 콜롬비아 레코드의 음반으로 발매돼 2년간 20만장이나 판매됐다. 지난해 발표한 음반은 오리콘 종합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지난해 피아니스트 손열음(27)이 사무라고치의 피아노 소나타 제1번과 2번을 세계 초연했다. 지난해 9월 요코하마 미나토 미라이홀을 시작으로 펼친 현지 3차례 공연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 피아노소나타 제2번은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위로하는 진혼곡이다. 사무라고치는 손열음의 연주를 접한 뒤 이 곡의 초연을 그녀에게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