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음악가 앨버트 헤이 맬롯(1895∼1964)이 1935년 작곡한 성가곡'주기도문(The Lord's Prayer)' 악보 원본이 한국에서 유학 온 제자 조민구 씨에게 선물했다.
4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맬롯은 프랑스 파리에서 음악을 공부한 뒤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 작곡가로 활동했다. '블랙매직'(1929) '신비의 바다 레이더'(1940) '마법의 숲'(1945) 등 20여 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멜롯은 피아노와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120여 곡의 클래식뿐만 아니라 뮤지컬과 발레 음악도 다수 남겼다.
하지만 그의 왕성했던 생전 활동에 비해 그에 대한 기록과 사진이 거의 없는 것은 유족이 없는 데다 생전 자신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은 때문으로 보인다. 맬롯은 1960년대 초 할리우드의 '셔먼스쿨 오브 뮤직'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한국에서 유학 온 제자 조민구(당시 28세)씨를 만났다고 한다.
육군군악대와 KBS교향악단 플루트 연주자로 활동하던 조씨는 1960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맬롯의 지도 아래 음악을 공부했다. 맬롯이 폐렴으로 숨지기 한 해 전인 63년 조씨에게 '주기도문' 악보와 친필사인이 있는 자신의 사진을 선물했다. 조씨는 이후 69년 미국 최초 한인 교향악단인 로스앤젤레스 코리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LAKPO)를 창단하고 초대 지휘를 맡았다.
조씨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휘자로서는 세계 최고의 상인 '프릭스 마르텔(Prix de Martell)'을 1991년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상했다.
스승의 유품을 50년 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조씨는 최근 이 유품을 기증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LAKPO 주최로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열린 '평화음악회'에 참가한 장기웅(55) 뮤즈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에게 건넸다.
조씨는 "스승의 음악을 대표하는 악보를 혼자 갖고 있으면 뭐하겠나. 장 선생을 통해 한국에 기증하려 한다"라고 했다. 장 감독은 "원로 지휘자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맬롯의 음악세계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23일 LA 윌셔 에벨 시어터에서 LAKPO의 제111회 정기연주회가 열린다. '정다운 가곡의 밤'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 연주회에서는 조씨와 장 감독, 윤임상 LAKPO 상임지휘자가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세 사람은 전체 3분가량의 '주기도문'을 연주회 레퍼토리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