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로 어민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정확한 유출량 파악을 못하는 등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전남 여수 낙포부두 기름 유출 사고의 방제작업이 3일째 이어지는 등 해경과 여수시가 기름 유출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기름 유출량과 피해규모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어 사고 직후 업체가 유출된 기름 양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석유업체와 여수시는 사고 직후 송유관에서 유출된 기름의 양이 드럼통 4개 분량인 800여ℓ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뒤바뀌어 1만ℓ라는 해경 측 추정치가 나왔다.
방제현장에 투입된 이들은 생각보다 기름이 퍼진 정도로 볼 때 유출량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유출된 기름은 조류를 타고 사고 지점을 중심으로 길이 4㎞, 폭 1㎞에 이르는 해상까지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굵은 기름띠는 3일간의 방제작업으로 대부분 제거됐지만 엷은 기름막의 경우 사고 지점에서 20㎞가량 떨어진 한려해상 국립공원 오동도 주변까지 확산됐다.
또 광양 컨테이너부두, 광양제철소 원료부두 등지에서도 얇은 기름띠가 드러난데 이어 경남 남해시 남해대교 부근에서도 여수에서 흘러간 것으로 보이는 기름띠가 발견되는 등 피해 범위가 수십㎞ 밖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부순 송유관의 길이를 역추적해봐도 추정치 보다 많은 기름이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보인다.
2일 GS칼텍스 측에 따르면 사고 유조선이 부순 송유관은 모두 3개다. 각각의 지름이 36인치, 30인치, 18인치인 원유, 나프타, 원유보조관이다.
유조선이 부딪쳐 파손된 지점부터 기름을 잠글 수 있는 밸브까지의 거리가 100여m에 달해 3개의 송유관의 용적은 13만1천ℓ라고 관계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송유관에 기름이 가득 차 있었다면 10만ℓ가 넘는 기름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또 파손된 3개의 송유관 중 수동으 밸브를 잠그는 구조로 돼 있는 2개의 밸브는 잠그는데 까지 25분이 걸려 그동안 기름이 추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늦장 신고와 더딘 사고 후속 조치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석유업체 측은 사고 당일 "오전 9시35분께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경에 사고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전 10시5분께, 30분이 지나서야 신고 조치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해경 등의 방재작업이 늦어지면서 기름이 훨씬 넓은 범위까지 유출됐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이로 인한 피해는 사고 현장에서 2㎞ 가량 떨어진 신덕마을에 집중됐다.
260가구 600여명이 살고 있는 신덕마을에서는 128㏊의 공동 어업구역에서 바지락과 톳, 미역 등을 양식하고 있는데 이번 원유 유출로 20㏊ 가량이 오염되면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