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람들은 왜 이름이 길까" NYT

브루노는 청소년이 됐을 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부모에게 그는 법원에 가줄 것을 요청했다. 이름때문이었다.

'워날렐리비스톤 갈란 말론 브란돈 브루노 파울리넬리 멜 올리베이라 페레이라.'

놀랍게도 그의 이름은 아홉단어에 알파벳 철자만 70자에 달한다. 친구들은 이름 중간에 있는 '말론 브란돈'때문에 그를 말론 브란도로 부르며 놀렸다. 그는 "난 말론 브란도와 닮은게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그의 부모는 법원에 개명 신청을 했다.

그의 새 이름은 '브루노 워날리비스턴 올리베이라 페레이라'다. 네 단어에 33철자의 제법 긴 이름이지만 원래 이름에 비하면 날아갈듯 가볍다. 올해 대학생이 된 올리베이라 페레이라(19)는 "난 정말이지 그렇게 복잡하고 긴 이름으로 세상을 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가 브라질의 별난 이름 관행을 심층 취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타임스는 2일 '친구들은 그를 페트로스위코니코빅으로 부른다'는 기사에서 브라질 사람들이 이름을 길고 독특하게 짓는 관행과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샤샤라는 별명의 31세 배관공은 이름이 '마이크 타이슨 슈워제네거 프라델라 에롤플린 파이샤오 샤링통글래비옹비쉬크나바레 도스 안조스 멘도샤'다. 그의 퍼스트 네임엔 왕년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과 할리우드 스타 출신 정치인 슈워제네거가 들어있다.

일부 학자들은 브라질의 작명 관행이 잘사는 나라에 대한 동경이나 유명한 외국인들의 이름을 선호하는 풍조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미국 대통령을 본 딴 이름들은 '아브라웅 린컨 소사 산토나'나 '프란시스코 린든 존슨 메네제스 다 루즈 주니어' 같은 것이 있다. 그런가하면 중국의 마오쩌뚱이 연상되는 '마오 처 퉁 리마 드 모우라'도 있다.

또 다른 학자들은 오랜 세월 이민과 정복, 노예의 역사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문화가 뒤섞이면서 정체성의 융합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보사노바 음악부터 오지의 시골음악에 이르기까지 통통 튀는 멜로디가 느껴지는 이름도 있다. '셜록 홈즈 다 실바'는 브라질 발음으로 '샤레 롸키 호울미즈'로 독특한 전화벨처럼 들린다.

브라질 이름들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일레인 라비노비치는 "사람들에게 왜 그런 이름을 선택했는지 물어보면 소리가 듣기좋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독일과 아이슬랜드 같은 나라에선 작명할 수 있는 이름들을 규제한다. 브라질을 과거 지배한 포르투갈도 전통을 제한된 이름 리스트가 있다. 가령 '넵튠'은 안되지만 '네오텔레스'는 가능하다.

그러나 브라질은 작명이 자유로운 나라중 하나이다. 베네수엘라도 스탈린스. 닉슨스, 히로시마스, 투탄카멘스, 타지마할스라는 이름들이 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선 갓노우즈(God Knows), 러브모아즈(Love Mores), 런모아즈(Learn Mores) 등이 있다.

브라질은 일단 이름을 지으면 바꾸는게 쉽지 않다. 우스꽝스럽거나 공격적이라는 판사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브라질의 관료문화로 인해 변호사가 필요하고 오랜 시간과 수고가 든다.

거슨 마틴스 변호사는 "법원이 개명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브라질의 많은 이름들이 '알파벳 수프'나 다름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많은 브라질 사람들은 발음하기도 힘든 별난 이름들을 즐기고 있다. 올해 34세인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쿠토'의 이름은 60년대 인기있는 미국의 록밴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을 딴 것이다.

그는 "지금 브라질 사람들은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90%는 제대로 발음도 못한다. 하지만 크리던스 클리어워터는 1969년 히트 싱글 '배드 문 라이징'의 주인공이다. 내가 이런 예술 천재들을 딴 이름을 갖고 있다는게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한편 엘리트층은 페드로와 가브리엘, 줄리아, 카롤라이나 등 전통적인 포르투갈식 이름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 브라질의 TV방송는 일곱자녀의 이름을 엘비스 프레슬리를 추모하는 사람을 소개했다. 그의 아이들은 첫째 엘비스를 필두로 엘비스네이, 엘비스마라, 엘비슬레이, 엘비센티나, 엘비슬레인, 엘비슬레니다.

상파울루에 사는 멕시코의 소설가 후안 파블로 빌라로보스는 "처음 만난 브라질 사람들의 이름을 농담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며 "브라질 사람들이 말하는 이름이 무엇이든 그것은 진짜"라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작명이 너무 기상천외해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35년간 공증사무소에서 일한 오스니 마차도 네비스(73) 변호사는 지금까지 일하면서 접한 황당한 이름 8000개를 모아 책을 냈다.

네비스 변호사는 "브라질 부모들은 종종 자녀들이 어떤 트라우마를 겪는지 모르고 있다"며 '심장마비'라는 뜻을 지닌 '콜랍소 카르디아코'라는 이름을 소개했다.

아코디온 연주자인 조세 미구엘 포르피리오는 자신의 세 자녀 이름을 제록스와 오텐시카다(공증하다), 포토코피아(복사)로 지었다.

브라질의 명문 프로축구단 코린티안스 유소년팀에서 최근 들어간 열두살 소년도 화제가 되었다. 그의 이름 때문이다. '페트로스위코니코빅 완데커코프 다 실바 산토스'는 퍼스트네임이 19자, 미들네임이 12자나 된다.

산토스는 자기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축구 코치인 그의 아버지 조세 이바닐도 도스 산토스는 왜 아들 이름을 그렇게 지었느냐는 질문을 계속 받는다.

그는 "아들 이름을 등록할 때 공증사무소의 여직원이 이름이 너무하다고 미쳤냐고 하더라. 하지만 내 아들 이름 짓는 건 내 마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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