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공회 보수 지도자들, 동성애자 포용 제안 '거부'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영국성공회에 "어머니 교회가 죄를 조장" 유감 표시
2013년 케냐에서 열린 세계성공회미래컨퍼런스(GAFCON)에 모인 성공회 보수 지도자들. /사진제공=Andrew Gross, ACNA.

세계성공회 보수 지도자들이 영국성공회 측의 동성애자 포용 제안을 거부했다.

최근 세계성공회 본산인 영국성공회 측에서는 보수 지도자들에게 "성공회 교회들이 동성애자들을 더 환영하는 곳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동성애자들에 관한 성경적 고찰을 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이 강한 아프리카 성공회 대주교들이 주축이 된 지도자들의 모임인 세계성공회미래컨퍼런스(GAFCON)측은 이 같은 제안을 강력히 거부했다고 미국 에큐메니컬뉴스는 1일(현지시각) 전했다.

컨퍼런스측은 "성공회의 어머니 교회가 '하나님이 죄라 하신 일'을 세계성공회에 조장하고 있음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세계성공회는 동성애자 성직 임명과 동성결혼 축복 등 동성애 문제를 둘러싸고 오랜 기간 보수와 진보주의자들의 견해가 대립해 왔으며, 지난 2003년 미국성공회가 공개적인 남성 동성애자를 주교로 임명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미국와 영국 등 동성애 문제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진보적 성향이 보다 강한 영어권 교회들과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비영어권 교회들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성공회 교회들이 속한 지역들에서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동성결혼의 합법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물론 동성부부들이 자녀를 입양할 수 있는 권리까지 확대되고 있는 반면, 우간다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동성애자들을 최대 사형으로까지 다스리는 법안이 추진되어 왔다.

이러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동성애 정책을 서방 정부들은 인권 학대로 규정하며, 시정을 요청해 왔다.

한편, 우간다와 나이지리아는 영국에 이어서 가장 큰 규모의 성공회 교구를 거느리고 있다. 영국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이에 우간다와 나이지리아 성공회 지도자들은 물론 정부측에 "동성애자들을 희생시키지 말아 달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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