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씀
라반을 드라빔을 찾지 못한 채 야곱의 공박을 듣는다.
야곱이 격동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변론하자 라반은 갑자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하여 야곱에게 계약체결을 제안한다(44절).
계약의 증거물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석상(石像)을 세우는 것이고(45절), 다른 하나는 돌무더기를 쌓는 것이다(46절). 이 의식의 끝에는 계약의 잔치가 뒤따른다(46절).
라반은 돌무더기를 가리켜 아람 방언으로 '증거의 무더기'(여갈사하두다)라고 하며, 야곱은 히브리 방언으로 '증거의 무더기'(갈르엣)라고 한다(47절). 중요한 것은 계약의 내용이다.
그 하나는 가정적인 것으로 라반은 자기의 딸들을 아내로서 선대해달라고 한다(50절). 라반의 제안은 당시 일부다처제에서 한 아내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다른 아내에 의해 그 지위와 혼인법적 권리를 빼앗기게 되는 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다른 하나는 부족적인 것으로 두 부족(아람인들과 이스라엘인들) 사이에 불가침의 약속을 하자는 것이다(51-53절). 계약의 내용은 통상적인 협정의 말, '여호와께서 나와 너 사이를 살피시옵소서'로 확증된다(49절).
주목할 만한 점은 계약의 수호자들로서 쌍방이 각자 자기의 신을 인정한다. 라반은 아브라함의 하나님, 나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하고 야곱은 이삭이 경외하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한다(53절).
계약체결이 끝난 후 계약의 성사를 축하하는 잔치를 배설한다(54절). 그 후 라반은 손자들과 딸들에게 입 맞추며 그들에게 축복하고 떠나며 야곱은 가나안의 문턱에 이르게 된다(55절).
각기 다른 신을 섬기는 두 부족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한 부족은 언약백성 이스라엘이요, 다른 부족은 언약 밖의 백성 아람족속이다.
이들의 평화협정은 각기 자기들이 믿는 신의 이름으로 맹세하였고 각자의 신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하늘과 땅에 신이라 불리는 자가 있어 많은 신과 많은 주가 있다(고전 8:5).
그런데 하늘과 땅의 모든 신들을 초월하여 오직 한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다(고전 8:6). 만물이 그에게서 났고 또한 한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니 만물이 그로 말미암고 우리도 그로 말미암아 존재한다(고전 8:6).
예수 그리스도는 만물에 속한 모든 신들 위의 참 신이다. 그가 세상에 오심은 언약백성 이스라엘과 언약밖에 있는 모든 백성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고자 하심이다.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백성을 하나로 삼는 증거의 돌무더기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이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법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셨으니 이는 이 둘로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엡 2:14-16).
그가 십자가에서 두 백성을 하나로 만드신 것은 자신을 통해 하나님 아버지께 나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는 그로 말미암아 우리 둘이 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나아감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엡 2:18).
두 백성은 동일하게 하나님께 나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이다(엡 2:19).
하나님은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민족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신다. 그리하여 모든 민족이 성령 안에서 자기에게 나아오기를 원하신다. 아들의 십자가를 통해 성령 안에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 구원의 실재요 목적인 것이다.
전에는 언약백성과 언약 밖의 백성이 원수되었으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한 하나님 안에서 서로 화목하게 된 것이다(엡 2:13).
♦묵상 기도
아버지...
오랫동안 아버지 품을 떠나 고아로 살았습니다.
세상에 있을 때에는 물론, 교회 안에서조차 고아로 살았습니다.
아들을 통해 아버지께 나아가는 일상이 부재했습니다.
교리를 알고 신앙지식을 알고 복음의 내용을 알았습니다만,
온전한 데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여...
아버지 품을 떠나 이곳저곳을 유리방황하며 안식을 얻고자 했습니다.
언약 밖에 속한 자의 삶은 실로 비참하게 이를 데 없나이다.
그런데 그런 나를 고난 속에 던지셨습니다.
그 고난은 아들의 죽음과 무덤에 연합되는 은혜의 사건이었습니다.
무덤에서 성전이 지어지고 비로소 아버지와 사귐이 시작되었습니다.
오, 아버지...
성전인 내 안에 여전히 육신의 소욕이 있습니다.
내 몸의 사욕을 따르게 합니다. 하여 오늘도 십자가에 나를 못박습니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오직 아들을 통하여 성령 안에서 당신께 나아갑니다.
죄로 오염된 영혼을 보혈로 씻어주소서. 정결하게 하소서.
아들 안에서 아버지 품에 거하나이다. 나를 불쌍히 여기사 받아주소서.
거룩한 제물이 되어 산제사로 드리게 하소서.
당신이 보내신바 화목의 사신이 되어 당신과 저들을 화목하게 하는 제물로 드리나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