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북 동림저수지에서 발견된 가창오리떼의 폐사 원인이 'H5N8'형 조류인플루엔자(AI)인 것으로 판명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고창 일대에서 지난 17일 수거한 야생 철새 폐사체에 대한 검사 결과 H5N8형으로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가창오리떼의 폐사 원인이 H5N8형 AI임이 밝혀짐에 따라 고창 오리농장에서 발병한 고병원성 AI는 야생철새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창오리는 우리나라가 주요 월동 서식지인 야생 철새로 한 해 평균 30만 마리 정도가 국내에서 발견된다. 11월께 전남 영암호에 도착해 영암호, 전북 동림저수지, 금강호 등에 2월 말까지 머물다 북상한다.
농식품부는 가창오리떼가 동림저수지와 금강호에 머물다 2월 말 북상하는 과정에서 새만금이나 금강호, 삽교호 등을 잠시 경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오리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서 살펴보면 내려올 때는 하루에 670㎞를 한 번에 이동하지만 올라갈 때는 몇몇 곳을 잠시 거쳐간다"며 "북상하는 철새들이 잠깐 거쳐가는 곳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예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가창오리의 주요 이동 경로와 영암호, 동림저수지, 금강호 등을 집중 예찰하고 3곳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
또 전국의 주요 철새도래지 37개소에 대한 주변 소독과 인근 농가 소독을 강화하라고 지방자치단체, 농협, 가축위생방역본부 등에 지시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오전부터 긴급 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야생철새 전문가 등에게 현 상황을 자문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전남북 지역에서 이날 자정까지 발령될 예정인 일시적 이동통제 명령(standstill)은 가축방역협의회 결과에 따라 연장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철새가 이동하면서 배설물을 통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농가들의 철저한 방역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AI를 막기 위해서는 철새 분변 등 위험 요인과 가금 농장을 차단시키고 소독 등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축산 농가는 소독과 장화 갈아신기 등을 통해 강력한 방역 활동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가창오리의 주요 서식지가 3곳에 대해 출입을 통제할 경우 불편이 많이 따를 수 있다"면서 "철새 도래지에 들어가면 철새 분변을 밟고 바이러스를 밖으로 전파할 수 있으니 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AI가 발병하거나 의심 신고가 접수된 농장과 주변 농가를 상대로 살처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는 전날 최초로 AI 확진 판정을 받은 고창 농장 인근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농장 3곳에서 AI 의심 징후를 포착하고 약 3만9500마리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했다.
현재까지 살처분된 오리와 닭은 고창 7먄7000마리, 부안 6만2000마리 등 모두 13만9000마리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