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년예배에서 NCCK 회장 박종덕 구세군 사령관이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해 "거룩한 사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탐욕과 경쟁이 있다면 내려놓자"고 말했다.
2일 오후 2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진행된 'NCCK 2014 신년예배와 신년하례회'에서 박종덕 사령관은 '세속교회의 탐욕'(마 23:9~12, 눅 16:13)이란 제목의 설교를 통해 "한국은 모든 면에서 경쟁이 심하다. 교회 간에도 재정이나 교인수 등 면에서 경쟁한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사령관은 "처음 사관이 된 후 부임해 갔던 예산 읍내에서 더 들어간 손지리라는 마을은 150호가 사는 마을이었는데 교회가 셋이었다"며 "사명을 앞세워 '더 힘 있는 교회를 하겠다'고 했었는데 행복하지 않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작은 마을에 3개 교회가 있는 폐단을 절실히 느끼며 사역했다"면서 "교회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의견이 갈리기도 했고, 열심 있는 사역자가 어느 교회에 부임하면 교인 쟁탈전이 벌어져 마을 주민이 나서서라도 교회를 하나로 만들어야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사령관은 "교회가 세워지기까지 신중하지 못했던 결정에 때로는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당시 감리교회의 전도사님이 구세군 교회와 하나로 합치자는 제안도 하셨는데,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며 "항상 아쉬움이 있으면서도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고 전했다.
박 사령관은 "기독교인이 '거룩한 사명'이라는 이름으로 '탐욕과 경쟁'을 포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제는 자제하고 수습해야 될 시기인데, 그 시기마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박 사령관은 ▲교회를 크게 짓는 것(맹목적 대형화)을 지양할 것 ▲교단별로 목회자 수급 현황을 파악해서 필요한 만큼만 목회자를 배출할 것(목회자 과잉 방지) ▲유명해지고 명예로워지려는 욕심을 버릴 것(목회에 대한 사명감 재정립) 등 세가지를 제시했다.
이날 NCCK 부회장 김동엽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신년예배는 '예배로의 부름'을 시작으로 '죄의 고백과 용서', '개회찬송', '교독', 이규화 장로(NCCK 회계,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기도', 김영진 장로(NCCK 부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 부총회장)의 '성경봉독', 구세군 브라스밴드의 '특별공연', 박종덕 사령관(NCCK 회장, 한국구세군 사령관)의 '설교', '특별기도', '성찬', NCCK 김영주 총무의 '신년인사' 등 순으로 진행됐다.
특별기도는 김종훈 감독(기독교대한감리회)이 '한국교회 일치와 공공성 회복을 위하여', 김철환 목사(NCCK 부회장,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가 '한국사회의 정의·평화·생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하여', 조헌정 목사(NCCK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장)가 '남과 북의 화해와 우리 민족의 하나됨을 위하여' 등을 주제로 가각 대표기도했다.
이어진 성찬은 이영훈 목사(NCCK 부회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장)·김혜숙 목사(NCCK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의 집례로 진행됐다.
끝으로 신년사를 전한 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지난해는 WCC(세계교회협의회) 총회 준비를 비롯한 국내외 중요과제 수행을 위해 다방면에 노력을 경주했다"며 "새로운 한해 NCCK는 우리 시대가 맡겨주신 사명을 감당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고자 노력할 것이다"고 전했다.
특히 김영주 총무는 현 시국에 대해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에 생채기가 나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 어느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이 사회적 갈등은 더 큰 폭으로 깊어지고 있다"며 "또한 이로 인해 마땅히 돌봐야할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IMF 이후 축적되어온 양극화 문제는 강자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제동장치가 없고 노동자와 농민은 거리고 내몰린다"고 규탄했다.
김 총무는 이어 "밀양의 송전탑 문제, 철도 노동자 문제, 노조 탄압 등 우리사회의 이슈를 보면 역사를 되돌리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작금의 사회상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밝히고 "한국교회의 재정 투명성 확보 등 10가지 과제는 미룰 수 없는 개혁의 과제"라며 "희생과 갈등이 있더라도 기꺼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