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억 칼럼] 커피의 지존 '자블럼'

굿스푼선교회 대표 김재억 목사

세상에 하도 많은 커피 중 커피 황제, 커피 지존으로 불리는 세 가지는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 예맨의 모카 마타리, 하와이의 코나 엑스트라 펜시를 꼽는다.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 커피는 조물주가 인간에게 하사한 지상 최고의 감미로운 아로마를 품고 있다. 영광스런 커피의 지존으로 회자되는 자블럼(Jablum-Jamaica Blue Mountain Coffee)은 블루마운틴이 고소하게 로스팅된 상태로 포장까지 마친 완제품을 뜻한다.

자메이카는 아담하고 아름다운 카리브해의 섬나라다. 미국 커네티컷 주만한 넓이로, 동서길이 235km, 남북길이 60-80km의 고구마처럼 생겼다. 섬 동남부엔 백두산보다 조금 낮은 블루마운틴(2,350m)이 우뚝 솟아 있다. 이 산맥 남쪽 사면 1,800m 고지에서 생산되는 아라비카 커피를 '블루마운틴'이라 한다.

1723년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는 자메이카에서 동남쪽으로 1900여 km 떨어진 자국의 식민지 마티니크(martinique)섬에 커피 모종 세그루를 보냈다. 5년후, 자메이카의 총독 니콜라스 로우 경에게 커피 묘목 한그루를 선물 했고, 총독은 그의 소유지 앤드류 성(城)에 이식하여 재배하기 시작했다.

블루마운틴 지역은 자블럼 커피의 생장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높은 고도와 서늘한 날씨, 질소와 인이 풍부한 화산암류의 비옥한 토양은 빗물을 잘 투과시키고, 주기적으로 풍성히 내리는 비와 산등성이의 자욱한 안개는 작열하는 햇볕에서 커피 묘목을 보호하는 자연온실 역할을 하여9-12개월 동안 그윽한 풍미를 품은 최고의 원두로 익게 한다.

희소성과 고급스러움으로 다른 커피와 차별화 시키려는 자메이카 커피협회의 노력은 대단하다. 수작업을 통해 커피 열매를 따고, 일일히 원두를 스크린하여 생두를 크기별로 분리한 후 오크 나무 통에 담아 보관한다. 자블럼은 재배되는 산의 높이와 원두의 크기에 따라 네가지로 분리하는데, 블루마운틴, 하이마운틴, 저지대 생산품으로 프라임 워시드(prime washed), 프라임 베리로 나눈다. 블루마운틴 중에서도 최고 극상품은 피 베리(pea berry)다. 유난히 알이 굵고, 크고, 빨갛게 익은 몇 안되는 돌연변이 생두를 모은 것으로 18-20 엑스트라 사이즈다.

최상품 자블럼에는 오미(五味)가 담겨있다. 옅은 신맛, 와인 같은 쌉쌀한 맛, 부드러운 쓴맛, 단맛, 스모크한 맛까지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영국 황실에 진상되어 엘리자베스 여왕도 즐겨 마시는 기호식품이 되었다.

자블럼에 대한 첫 인상은 솔직히 그리 강렬하지 못했다. 부드럽긴 하나 이렇다 할 향과 맛을 구별하지 못했다. 심드렁해져 성의없이 드립한 다음, 밍밍한 숭늉 마시듯 자블럼을 들이켰다. 나중엔 인스턴트 커피 믹스를 섞어 잡탕 커피를 만들어 마셔댔으니...

봉지를 탈탈 털어 몇알 남지 않은 원두를 마지막으로 곱게 갈아 우려내던 어느날 새벽, 갑자기 코끝에 번지는 고소한 아로마, 섬세하면서도 균형잡힌 오미가 혀 끝에 전해온다. 비록 자블럼은 아닐지 모르나, 가난한 도시빈민을 위한 카페가 길 모퉁이에서 상을 펼쳤다. 따스한 온기와 감미로운 향기가 겨울 추위를 녹이는 사랑으로 번져가길 염원한다.

(성탄절 도시빈민을 위한 구제 & 물품 기증: 703-622-2559)

#굿스푼선교회 #김재억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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