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생 복장-두발제한은 학교장 재량

교육·학술·종교
사회부 = 오상아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의 장이 학칙으로 학생의 복장, 두발을 제한하고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또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 조항은 삭제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은 30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우선 학생의 두발을 제한하거나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학생인권조례 일부를 수정했다.

두발과 복장의 자유, 체벌이나 소지품 검사 금지 등을 규정한 학생인권조례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정책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가 있는 경우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수렴해 제∙개정한 학칙으로 복장, 두발 등 용모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다만, 학생의 정당한 요구가 있을 때에는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그동안은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의사에 반해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하지 못했다.

또 학생 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압수하지 못했으나 앞으로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학생 소지품을 검사해 학칙에 위반되는 물건의 소지를 제한할 수 있게된다. 일괄 검사는 사전에 목적과 범위에 대해 학생·학부모에게 알려야 한다.

'임신 조장' 논란을 불러 온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 내용은 삭제됐다.

현행 학생인권조례 제5조(차별받지않을권리)에는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 가운데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삭제하고 이를 '개인 성향'으로 개정했다.

이 조항에 대해 그동안 보수단체는 "성적 소수자를 양산할 수 있고 초중고 학생에게 임신과 출산을 조장할 수 있는 조항"이라며 우려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의 의뢰를 받은 강인수 교수팀(수원대 부총장)은 교육청에 제출한 '학생의 권리와 책임을 제고하기 위한 학생인권조례 개정 방안'에서 "관련 조항은 학생의 임신과 출산을 조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도 차별받지 않도록 하자는 데 뜻이 있다"며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장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같은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임신, 출산 등 미혼모도 차별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근거 없이 삭제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청소년의 성의식 왜곡 우려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던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사항은 삭제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대신 보다 유연하고 포괄적인 개념인 '개인성향(個人性向)'을 추가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생과 학부모의 책무성은 더욱 강조됐다.

개정안은 학생의 의무에 대해 '다른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인권 존중', '학교공동체 구성원 간에 합의된 학교 규범 준수', '타인에 대한 모든 신체적정신적 또는 언어적 폭력의 금지', '교사의 수업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 존중',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지도에 대한 존중' 등 5가지로 구체화했다.

또 보호자에 대한 책무도 '학생에 대한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과 가혹행위 및 방임 금지', '다른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인권존중', '학교공동체 구성원 간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의사결정에 대한 존중' 등이 신설됐다.

이밖에 학생인권위원회의 권한은 대폭 줄어든 반면 교육감의 인사권은 더욱 강화됐다.

학생인권옹호관의 복무, 처우 등에 관해 '별도의 조례로 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교육감이 정한다'로 수정했다. 학생인권옹호관은 위원회 임명 및 해촉은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했지만 위원회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도록 바꾼 것이다.

'학생인권옹호관을 상임 계약직공무원으로 해야 한다'는 조항과 '학생인권옹호관 업무는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조항은 삭제돼 권한을 축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일선 학교 및 관련 기관, 학생, 학부모, 교원 등 다양한 집단의 의견을 수렴해 조례 개정안을 완성해 내년 1월 말까지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의회가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개정안이 통과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서울시교육청은 문용린 교육감 취임 직후부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기 위한 작업을 벌여왔다.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가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의 동성애 옹호 독소조항을 즉각 삭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오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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