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보다 해외가 훨씬 더 저렴해요. 지갑 사정이 좋을 때는 상관없지만 요즘 같은 불황일 때는 '손품'을 팔아서 좀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는 게 절약입니다."
주부 박지현(36·여)씨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한국으로 배달시키는 이른바 '해외 직구(직접 구매)족'이다.
최근에도 가족들에게 필요한 겨울옷을 해외 배송대행업체 사이트를 통해 구매했다.
박씨는 해외 사이트에서 남편이 겨우내 입기 위해 예전부터 눈독을 들인 패딩 점퍼를 86달러, 한화로 약 9만원에 판매하고 있어 주저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 국내 한 백화점에서는 같은 점퍼를 3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 5살 난 아들에게 어울릴 만한 유명 브랜드의 로고가 찍힌 두꺼운 후드티를 9.4달러, 한화로 약 9800원에 구입했다. 똑같은 제품이 국내에서는 5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80% 넘게 절약한 셈이다.
박씨는 "해외 직구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에 있는 해외 브랜드 제품 대부분을 반값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발품보다 손품을 팔 때 더 집중하게 되고, 꼼꼼히 비교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해외 직구'가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시작된 해외 직구는 초장기만 해도 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 상품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타민 등 건강식품을 비롯해 화장품, 신발, 대형 가전제품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또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도 배송 대행업체가 생기면서 해외 직구가 가능한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해외 직구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구매를 대신해주는 대행업체부터 배송만 전문적으로 해주는 배송 대행업체, 해외 쇼핑사이트 정보를 안내해주는 정보제공 업체 사이트와 카페 등이 우르르 쏟아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좋은 물건을 국내보다 더 저렴하게 사려는 알뜰 소비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내 온라인쇼핑 경험자 4명 중 1명은 해외 인터넷쇼핑몰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온라인쇼핑 경험자 1650명을 대상으로 벌인 '해외 직접구매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4명 중 1명인 24.3%가 '해외 인터넷쇼핑몰이나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 허용)로 '국내 동일 상품보다 싼 가격(67%)'을 꼽았다. 이어 '국내에 없는 브랜드 구매(37.8%)', '다양한 상품 종류(35%)', '우수한 품질(20.3%)' 순으로 조사됐다.
주요 구입품목으로는 '의류(41.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구두, 액세서리 등 패션잡화(40.8%)', '건강식품(34.5%)', '유아용품·의류(29.3%)', '가방·지갑(28%)', '화장품(26.8%)'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판매하는 해외 브랜드 제품을 해외에서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로 들여오는 수입품일 경우 운반비와 판촉비, 세금 등이 제품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에 해외 직구와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게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품에는 관세 등 세금이 붙기 때문에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비용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며 "해외 상품을 국내로 수입할 때 물류비와 인건비 등이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심할 점도 있다. 해외에서 물건을 사는 만큼 배송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교환이나 환불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자칫 잘못할 경우 관세 문제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무작정 제품을 구입할 경우 자칫 관세를 물거나 폐기처분을 당할 수 있어 반입금지나 제한 품목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포국제공항의 세관업무를 관할하는 김포세관 관계자는 "개인 면세 한도가 200달러까지"라며 "200달러 이상 구매한 뒤 200달러 이하로 신고하다 적발 되면 관세법으로 처벌을 받는다"고 당부했다.
이어 "아스피린이나 실리실산이 들어간 화장품 등은 통관이 되지 않고, 건강보조식품이나 영양제는 6개까지만 구입할 수 있다"며 "국내 반입금지 물품을 구입할 경우 물건도 받을 수 없고, 배송료에 폐기처분 수수료(3만5000원)까지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입금지나 제한 품목은 관세청 홈페이지(www.customs.go.kr)나 전화(1577-8577)로 문의하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