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양호산)는 27일 이석채(68) 전 KT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네번째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19일과 20일, 26일에 이어 이날 오전 이 전 회장을 다시 불러 보강 조사를 계속 이어갔다. 현직은 아니지만 주요 기업 회장을 네 번이나 소환하는 건 근래 보기드문 일이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상대로 회사 실무진 보고를 묵살하고 적자성 사업을 지속한 이유,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 경위와 액수,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캐물었다.
이 전 회장은 스마트몰 사업과 KT 사옥 매각을 추진하면서 회사 측에 손해를 끼치고,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과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를 적정 가격보다 비싼 값에 인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임원 25명에게 과다 지급한 상여금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관계 로비를 지시한 의혹도 사고 있다.
검찰은 특히 KT엠하스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담당하는 앱디스코간 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면서 야당 의원의 부적절한 개입이나 20억원의 투자지원 과정이 적법했는지를 따지고 있다.
검찰은 4차례에 걸쳐 이 전 회장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오는 28일이나 29일께 특경가법상 횡령, 배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열흘간 보강 수사를 거쳐 다음달 중순께 다른 임원들과 함께 일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 전 회장의 횡령, 비자금 조성 등에 연루된 임원들을 무더기로 사법처리할 경우 회사 경영에 차질을 빚는 등 적잖은 부담이 있어 처벌 대상과 수위를 선별하는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1000억원대 조세포탈 및 수백억원대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 방침을 정했다.
조 회장의 탈세 액수는 1000억원을 웃돌고 계열사에 적자를 떠넘겨 손실을 끼친 배임 규모도 800억여원에 달하는 등 전체 범죄 액수는 2000억원 안팎으로 특가법상 조세포탈,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회장의 연령, 병력 등을 이유로 법원이 구속영장을 한차례 기각한 만큼 영장 재청구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 조현준(45) 사장과 이상운(61) 부회장 등과 함께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발행 의혹 등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현재현(64) 회장에 대해 이달 말 전후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세차례에 걸친 현 회장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데도 수천억원대 기업어음(CP) 및 회사채를 발행·판매해 투자자를 속이고, 계열사를 동원해 부당 지원한 혐의로 특경가법상 사기·배임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효성, 동양, KT 등 재계비리 관련 수사는 해를 넘겨 연초에 모두 마무리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