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경제회생보다 민족주의로 선회했다'... WSJ

"아베의 놀랄만한 신사 참배는 경제 회생보다는 민족주의적 아젠다로 정책 방향을 돌리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WSJ는 26일 "일본의 과거 군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 신사엔 2차대전의 A급 전범 도조 히데키 총리를 비롯한 전쟁 사망자들의 위패가 있는 곳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미점령군 시절 만들어진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널은 "아베의 행동은 중국과 일본의 강한 비난과 미국의 반대라는 보기드문 역풍을 맞고 있으며 영토분쟁과 과거사 문제로 복잡한 동북아지역의 연대를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날 주일대사관 성명을 통해 처음으로 일본정치인의 신사 참배를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아베는 지난해 12월 집권직후 소위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기회복에 일조해 60%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최근 10년래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총리의 잦은 '회전문식 교체'에 피로감을 느낀 미국에게 아베는 중국의 군사력이 팽창하는 동북아지역에서 안도감을 주는게 사실이다.

저널은 "지난 10월 일본을 방문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이례적으로 '치도리가 후치 전몰자묘원'을 참배한 것은 일본정치인들에게 (동북아연대를 훼손할 수 있는) 야스쿠니 신사 대신 이곳을 찾으라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상하이 지아오통 대학 일본연구소장 왕 샤오푸는 "아베의 신사참배는 안그래도 나쁜 중일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베가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은 잃을게 없기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베가 집권 첫 해 모든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하고도 중국과 한국의 정상과는 공식대면을 하지 않을만큼 이미 관계가 원만치 않다는 것이다.

PHP국제전략연구소의 가네코 마사후미 선임연구원은 "아베총리는 향후에도 중국 및 한국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가 신사를 참배한 26일은 그가 집권한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아베의 측근들은 평소 미국의 반응을 가장 유의해 왔다. 한 고위관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환태평양 자유무역포럼과 이 지역의 미군 재배치와 관련해 아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신사 참배가) 양국의 연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미국정부의 공식반응은 아베의 오판을 시사하고 있다. 도시바대학의 무라다 코지 총장은 "미국의 반응은 예상치 못한 것이다. 아베는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군사동맹 이상의 가치를 나누려 했지만 미국은 역사문제에 매몰된 아베에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는 여전히 경제문제를 우선하고 있지만 외교분쟁은 동북아지역의 경제 분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직후 중국의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포함, 일본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도쿄 증시는 이날 엔화 약세 등 다른 요인들로 인해 상승세를 보였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번 일로 인해 경제적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일부는 의견을 달리 한다.

JP모건의 아다치 마사미치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나처럼 경제와 금융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 왜 아베가 지금 그런 일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경제 역시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참배를 마치고 나오는 아베   ©뉴시스

#아베민족주의 #아베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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