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22일 철도파업을 주도한 김명환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위원장 등 핵심간부들을 체포하기 위해 이들이 은신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경찰은 민주노총 본부 주변에 69개 중대 5500여명의 경찰 병력을 집중 배치한 뒤 이날 오전 9시45분께 강제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민주노총 건물 1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노조원들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건물 내부가 상당히 비좁고, 많은 인원들이 뒤엉키면서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건물 안에서 농성 중이던 노조원들은 경찰이 강제 진입에 나서자 소화전을 이용해 물을 뿌리며 격렬히 저항하며 맞섰다.
경찰은 진입 과정에서 유리 현관문을 부수는가 하면 항의하는 노조원에게 최루액을 뿌렸다.
건물 1층에서 노조원들과 함께 대기하던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상규, 김선동, 김미희, 김재연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들은 무더기로 끌려나가 격리조치 됐다.
노조원들은 건물 계단에서 의자와 밧줄을 이용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며 저항했다. 경찰 체포조 600여명은 이날 오후 3시께부터 건물 계단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건물 상층부까지 진입했다.
경찰은 오후 6시30분께 건물 옥상까지 장악했지만 김 위원장 등 노조 핵심간부의 신변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어 오후 9시15분까지 민주노총 사무실과 창고 등 20여곳을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 등을 이용해 부수며 수색을 거듭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경찰은 오후 10시10께 모두 건물에서 철수했다.
현장 주변에서는 경찰의 강제 진입에 항의하기 위해 몰려든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시민들이 집회를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건물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의 철수를 앞두고 민주노총은 철도노조 지도부가 경찰병력이 투입되기 전 이미 민주노총 본부 건물을 빠져나갔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철도노조 지도부가 건물 내에 없다"면서도 "언제 빠져나갔는지 등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이날 오후 8시께 철도노조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도부가 무사히 피신했다"고 알렸다.
이어 "민주노총과 철도노조의 역사적인 투쟁의 현장에서 함께 해주셔서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파업대오를 사수하고 힘차게 중단없이 파업 투쟁을 전개하자"고 말했다고 민주노총 관계자가 전했다.
한편 경찰은 행적이 묘연한 노조 집행부에 대해 소재를 추적해 신속하게 검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강제 진입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하다 연행된 조합원 138명은 용산·양천·마포 등 서울 지역 9개 경찰서로 분산수용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경찰 등 공권력이 강제 진입을 시도한 것은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래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