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환 박사의 신학단상 (32) 물을 건너 온 사람들

시애틀 한인장로교회 김호환 목사

성경에는 물을 건너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모세와 이스라엘 사람들이 홍해라고 하는 강을 건넌 사람들의 대표적인 모델이겠지만, 그 전에도 물을 건넌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이스라엘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희브리강(유부라테스강의 지류)을 건너온 유대인 최초의 조상이기 때문이다. 그 후 이스라엘의 역사에는 물을 건넌다는 것이 마침내 세례로까지 연결되어 종교적인 의례로 인식되었고, 또한 하나님께로 향한 신앙의 순전한 태도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바울은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너며 구름아래 세례를 받았고 광야에서 신령한 음료를 먹었으며, 이 신령한 음료를 낸 반석 그는 곧 그리스도이시다'(고전10:4) 라고 말한다.

얼마 전 가까이 있는 이웃교회의 목사님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자신의 교회에는 충성된 장로님들이 있어 항상 눈물겹도록 감사하다는 것이다. 그 분이 이야기하는 그 장로님들이 누구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그 분들은 개인적으로도 모범적인 장로님들이지만, 지금 이웃 목사님의 칭찬은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해협을 낀 바다 건너서 매주일 교회를 출석하고 있기 때문에, 곧 지난 수십 년을 하루같이 물을 건너오는 그 정성 때문 이었다. 그 분들은 주일만 배를 타고 오는 것이 아니다. 수일날도, 교회의 행사가 있을 때도 언제나 장로로서 자리를 지킨다. 사정을 들어보면 섬의 내륙에서 한 시간을 바다 건넌 정박지에 도착하여, 또 기다렸다가 반시간을 배를 타고 건너온다. 그리고 또 삼십분이 걸려 교회에 도착한다.

나는 특별한 연휴가 있을 때, 한 번씩 아내와 함께 바다를 건너갔다 온다. 갈 때는 기분이 좋아 가지만, 그러나 돌아 올 때는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다. 정박지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리거나 그 이상을 기다린 적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런 날들이라고 주일이나 수요예배시간이 항상 비켜 가겠는가! 설상가상으로 가족들이 배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말 그 분들이나 그 분들의 가족들이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 성 싶다. 교회 다니면서 내는 헌금이 문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신앙이 있어 하나님께 드리는 십일조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헌신도 정말 어려운 일지만, 그 분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새로 개척한 교회를 세워나가기 위해 얼마나 경제적으로 헌신을 했겠는가! 지난 몇 년 간 미국의 경제공항 수준에 자신들의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데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 단지 교회의 기둥들을 하나씩 맡아 자신의 통장을 다 턴 것만은 아니다. 그들이 더욱 훌륭한 장로인 것은 바로 물을 건너오고 건너가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물을 건너오고 건너가는 것은 단지 도협이나 도강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그것은 하나님께 드리는 자신들의 신앙이요, 참다운 제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웃교회 목사님은 그것이 안쓰러워, 수요일마다 그들을 위해 에드몬드(Edmond))의 정박지로 마중 나간다고 한다. 뱃길로 오는 시간이 너무 걸리고, 또 비용도 많이 드니, 바다 건너에 차를 주차하고 몸만 오도록 한 것 때문이다. 그리고 목사님은 장로님들의 가족을 태우고 쏜살같이 달려와 예배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대신으로 보낼 수도 있지만, 장로님들의 그 정성이 애처로워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이다.

나는 미국에 있는 이민교회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때때로 집안 그릇이 깨지듯이 소란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목회를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요즈음 한국교회가 시끄럽고 몰락해가는 상황을 바다 건너서 보고 있는 중이다. 다들 교회 지도자들 탓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입방아를 찧지만은, 그래도 아직 훈훈한 따스함이 이웃으로부터 날아와 내 마음을 데우니, 한 가닥 감사와 희망이 솟아오른다.

#김호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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