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관련 업체 관계자들에게 자녀 결혼식 청첩장을 돌려 받은 축의금은 뇌물수수로 봐야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수뢰 후 부정처사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서울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 5급 공무원 김모(5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 중 뇌물수수죄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지도점검 대상업체 관계자들에게 자녀의 청첩장을 보내 축의금을 받은 것은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행위에 해당한다"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물인지 여부는 개별 행위마다 직무 관련성을 부정할 수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즉 사회상규에 비춰 의례상 대가에 불과한지 여부나 친분관계가 있어 교분상 필요에 의한 것인지 여부 등을 심리해 판단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면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1년 딸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관리·감독 대상 업체 관계자들에게 청첩장을 돌린 뒤 5만~30만원씩 모두 수백만원의 축의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청첩장을 받은 업체 관계자들이 업무상 편의를 기대하고 축의금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관련성을 인정, 축의금을 모두 '뇌물'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500만원, 추징금 16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5~10만원의 축의금은 사회상규를 벗어날 정도로 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38명이 낸 370만원에 대해 무죄로 판단,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으로 감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