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워싱턴=로이터/뉴시스】 일본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들이 14일 중국이 최근 일방적으로 선언한 방공식별구역(ADIZ)을 겨냥해 영공과 영해의 자유를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이날 양측 정상들은 도쿄에서 열린 특별 정상회의가 끝난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관련, 비행 자유와 민간항공의 안전 확보를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일본이 아세안과 교류를 개시한 지 40년이 되는 해에 특별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을 겨냥한 아세안과의 결속을 이끌어냈다는 의미가 있다.
앞서 이날 오전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중국의 ADIZ 설정과 관련해 "일방적인 행위로 현상을 바꾸려 하거나 국제항공질서를 제한하는 움직임은 강한 우려사항"이라며 "우리는 중국에 ADIZ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중국과 관계가 밀접한 일부 아세안 국가의 입장을 감안해 오후에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비교적 온건한 표현을 사용했고, 심지어 ADIZ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아시아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으며 일본은 아세안과 특별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공동성명에는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과 관련해 해양 분쟁은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일본과 아세안의 경제 제휴 및 무역 확대, 방위교류 협력 확대 등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회담 기간에 일본은 경제협력 확대를 원하는 아세안 가맹국들을 위해 향후 5년 간 2조 엔(약 20조3000억원)의 정부개발원조(ODA)를 제공하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지난달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을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언한 이후 아시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움직임으로, 중국이 반발하면서 위기감을 더 부추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무모하고 위험한 조치로,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을 비난하기 위한 아베의 또다른 무대였다며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지역에 불안한 불씨를 제공한 나라는 일본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