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씀
이들 쌍둥이는 태중에 있을 때부터 서로 다투었다(22절).
이에 리브가가 여호와께 묻자 여호와께서 그들의 운명을 말씀하신다.
두 국민이 태중에 있으며 두 민족이 복중에서 나뉜다(23절).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고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길 것이다(23절).
해산기한이 차서 쌍둥이가 출생한다(24절).
먼저 나온 자는 붉고 전신이 털옷 같아서 이름을 '에서'(털이 많은)라고 하였다(25절).
나중에 나온 자는 손으로 에서의 발꿈치를 잡았으므로 '야곱'이라고 하였다(26절).
'붉다'(히, 아드모니)는 이곳 외에 잘생긴 청년 다윗을 묘사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삼상 16:12; 17:42).
'온 몸이 털투성이'라는 표현은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엔키두' 신의 모습을 묘사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것은 에서의 영웅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특히 분노를 몇 일만에 푸는 성품에 대한 리브가의 평가(27:44)는 에서의 성품이 가히 여호와 하나님을 모방할 정도이다.
반면 야곱은 형의 발꿈치를 잡고 나왔다.
'발꿈치'라는 의미로 통용되어온 '야곱'은 사실 '야쿱-일라'로서 이른바 '하나님께서 보호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을 가진 '신적 이름'(Theophoric name)에서 온 말이다.
여기에서 반신반인적(半神半人的) 영웅 '에서'와 신의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야곱'의 이름이 대조된다.
이것은 가인(성공)과 아벨(헛됨)의 이름만큼이나 하나님의 유기(遺棄)와 선택의 구속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에서는 이름 그대로 영웅적인 모습을 갖춘 야성적 사내로 성장했다(27절).
이에 반해 야곱은 차분하고 완벽한 성품을 지니고 집안에 거하였다.
이삭은 그가 사냥해온 고기에 맛을 들여 그를 편애하였고, 리브가는 야곱을 편애하였다(28절).
야곱은 장자권을 넘겨준다는 에서의 맹세를 받고 떡과 팥죽을 그에게 준다(34절).
야곱은 콩죽(팥죽)을 붉은 국으로 속였다.
에서는 붉은 국(선지국)으로 알았으나 팥죽인 것을 알고 그제야 속았음을 안다(27:36).
에서는 그것을 먹고 마시고 일어나서 가버린다.
에서는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겼고 장자의 명분은 야곱에게로 넘어간다.
하나님은 태중에서부터 야곱을 선택하셨다.
곧 아브라함의 약속은 이삭에게로 계승되었고 이삭에게서 야곱으로 계승되는 것이다.
그러나 야곱은 속임수를 써서 장자의 명분을 획득하고 선조들의 약속을 계승받는다.
여기에 인간적 도덕적 딜레마가 있다.
곧 하나님의 약속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도덕적 윤리적 속임수도 용인하는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주석가들은 다양한 시도로 접근하였다.
궁켈은 이 민담을 도덕화시켜서는 안 되는 문화사적 해학극으로 본다.
즉 미개한 사냥꾼이 문화적으로 좀 더 발달한 약삭빠른 목자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델리치는 야곱의 추악한 모습을 지적하였으나 그것은 '하나님께서 야곱을 기뻐하실 수 있도록 하는' 약속된 구원을 향한 기본적인 노력의 일면이라고 하였다.
이와 비슷하게 프레이도 '하나님의 선물에 대한 야곱의 정열적인 노력'이라고 언급한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의 구원사에서 장자권이 맏아들에게만 돌아간다는 것도 일치된 진술은 아니다.
야곱이 장자권을 넘겨줄 때에 맏아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 그리고 요셉의 차자 에브라임에게 장자권이 넘겨진 것도 그리하다.
그러면 야곱의 속임수와 에서의 경솔함은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처음부터 하나님이 역사계획속에서 확정된 것만 실현된다는 사실이다.
곧 하나님의 구원의 약속이 거대한 표징처럼 모든 개별적 사건들 앞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사건들 안에는 인간의 선악, 본성적 행동, 도덕적 윤리적 결핍 등이 내포되어 있다.
이것들은 총체적으로 인간의 행위로 규정되는데, 하나님의 약속은 이 같은 인간의 행위를 초월하여 역사한다.
이를 두고 바울은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과 유기로 받아들였다.
"그뿐 아니라 또한 리브가가 우리 조상 이삭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임신하였는데, 그 자식들이 아직 나지도 아니하고 무슨 선이나 악을 행하지 아니한 때에 택하심을 따라 되는 하나님의 뜻이 행위로 말미암지 않고 오직 부르시는 이로 말미암아 서게 하려 하사, 리브가에게 이르시되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하셨나니, 기록된바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였다 하심과 같으니라. 그런즉 우리가 무슨 말을 하리요 하나님께 불의가 있느냐 그럴 수 없느니라"(롬 9:10-14).
♦묵상 기도
아버지...
오늘도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는 당신의 주권 앞에 서 있나이다.
어찌하여 티끌과 재 가운데 누운 자에게 빛을 주시나이까!
어찌하여 만물의 찌끼 같은 자에게 영생을 전하게 하시나이까!
어찌하여 당신이 보내신 사도는 죽이기로 작정한 자처럼 끄트머리에 두시나이까!
이것이 말거리가 되고 이것이 수치가 되나이다.
아버지여...
이는 하고자 하시는 당신의 주권이옵니다.
인간적인 연약함, 도덕적 윤리적 세상가치를 몰수하고 초월하는 역사입니다.
저는 여전히 그 안에서 계산하며 그 안에서 나의 이득을 위해 속이는 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통해 일하시는 당신 앞에 두려움과 경외심이 가득합니다.
차라리 제 이름을 제하소서. 저를 폐하소서.
아버지...
내게 베푸시는 긍휼이 한이 없나이다.
이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옵니다.
내게 먼저 오래 참으사 후에 주를 믿어 영생얻는 자에게 본이 되게 하심입니다.
내가 구원받았다면 누가 그 구원에서 제외되리요!
나 같은 자에게 은혜가 임했다면 누가 그 은혜에서 배제되리요!
주여! 나 같은 죄인 살리신 그 은혜를 찬송하나이다.
주여! 나 같은 죄인도 살리신 은혜로 만민을 구원하소서.
홀로 한분이신 당신에게만 존귀와 영광이 영원무궁하도록 있나이다. 할렐루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