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남유다의 대표적인 악한 왕 므낫세

칼럼
'성군 히스기야의 슬하에 어찌 이런 아들이…'

주전 930년경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을 통해 남유다를 세운 후 총 20명의 왕들이 차례로 교체됐다. 왕위를 강제로 찬탈한 제7대 왕 아달랴를 제외하고, 나머지 19명의 왕들이 모두 한 왕조를 이루며 344년 동안 남유다를 통치했다. 신앙 인격이 부족하므로 하나님께서 제시하신 바른 길을 100% 따르지는 못했지만, 대체로 대부분의 남유다 왕들이 예루살렘 성전 중심의 선정을 베푼 것으로 드러난다.
 
남유다의 제 14대 왕 므낫세는 어린 나이인 12세에 왕위에 올라 통치기간 55년(주전 697-642년) 중 대부분을 여호와 하나님이 제정하신 법 질서와 반대로 나아간 인물이다. 므낫세는 히브리어 ‘메낫셰’를 한글에서 소리나는 대로 옮긴 이름으로, ‘망각케 하는 자, 고난 역경을 잊어버리게 하는 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름대로 므낫세 왕은 각종 악행을 수시로 범해, 사람들로 하여금 역사 속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악한 인물이 됐다. 므낫세는 자신의 이름과 온전히 정비례한 악한 삶을 살았던 존재이다.
 
어린 나이에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 왕으로 부정직한 참모들을 만난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된 듯하다. 세상을 오래 살아보지 못한 젊은이들이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참모가 돼 강하고 규모 없는 전략을 펼쳤던 것이다. 국가를 통치하는 데는 힘있는 젊은 피도 필요하지만, 나이가 들어 경륜을 갖춘 신중한 인물도 반드시 필요함을 어린 통치자는 무시했다.
 
므낫세 왕의 부친 히스기야는 남유다에서 매우 유명한 성군으로 백성들 사이에 이름을 날렸는데, 어떻게 그토록 사악한 아들이 슬하에서 태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보통 아버지의 신앙과 인격을 닮는 것이 보편적인데, 므낫세는 희대의 돌연변이로 부왕과 완전히 다르게 태어나 악하게 살다 간 인물이 됐다. 마치 부친 히스기야에 대항해 정반대로 인생의 조감도를 그리며 살았던 인물처럼 보인다.
 
그는 외교 부문에서도 연약한 역량을 만방에 그대로 드러냈다. 당시 만들어진 앗수르의 바니팔 석판에는 므낫세가 조공을 바친 22개국 왕들 중 한 명으로 기록될 정도로 강대국에 충성을 다한 개(犬)로 살았다. 정치적으로 자신의 왕위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이방 외국과 손을 잡고, 자국의 백성들을 폭압으로 통치해 큰 원성을 사기도 했다. 개인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 국가와 민족 및 백성들을 볼모로 잡았던 것이다.
 
당시 유다는 하나님이 없는 이방 나라 앗수르와 바벨론의 제의(祭儀)를 모두 수용했고, 심지어 가나안 풍요제인 바알리즘과 전통적인 여호와 유일신앙을 적절하게 혼합해 인간 편의적 종교를 만들어냈다. 사악해진 므낫세는 유다 종교의 통속적 혼합주의에 대항한 하나님의 신실한 선지자 집단을 가혹하게 탄압했다. 폭정을 피해 도망쳐 나온 이사야 선지자를 톱으로 썰어 죽였다고 이스라엘 랍비 문학은 적고 있다.
 
힌놈의 아들 골짜기로 자신의 친아들들을 데려가서 반 여호와 종교인 이방 종교 의식에 따라 뜨거운 불 가운데에 통과하도록 강제했다(대하 33:6). 힌놈의 골짜기는 예루살렘 남쪽 기슭에 위치했는데(수 15:8, 18:16, 느 11:30), 아라비아어로 와디 에르라바비(Wadi er Rababi)라 부른다. 욥바 문의 서쪽에 위치한 넓고 평탄한 지역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약 800m 내려가서 가시온 언덕 아래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기드론 골짜기와 힌놈의 골짜기가 합해진다.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부근부터 골짜기가 매우 깊어지고, 나암(裸岩)이 비쭉비쭉 있는 험한 단애의 양안은 힌놈의 아들 골짜기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험한 아래쪽 일부가 도벳인데, 거기서 악명 높은 이교적 인신 희생이 행해졌다(왕하 23:10, 대하 28:3, 33:6). 예레미야 선지자는 그곳을 ‘살륙의 골짜기(Valley of Slaughter)’라 불렀고(렘 7:32,19:6), 성읍의 파기 물을 소각하는 뜨거운 불이 지옥이 상상되도록 늘 타고 있었다.
 
여호와 하나님은 므낫세 왕이 대낮에 저지른 종교 및 사회적인 죄악을 더 이상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하나님은 자신의 선지자들을 보내 수 차례 가벼운 경고와 더불어 순종의 여부에 따라 점차 징계의 수위를 높여 갔다. 아무리 입으로 경고해도 이미 목이 곧아버린 므낫세 왕이 두 귀를 닫고 듣지 않자, 인근에 미리 준비한 강대국 앗수르 나라를 몽둥이로 사용했다. 최첨단 철 무기로 무장한 앗수르 군대가 남유다를 공격해 타락한 백성들과 므낫세 왕을 사로잡고, 노예를 구속하는 쇠사슬로 묶어서 질질 끌고 갔다. 독립된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로서 차마 당할 수 없는 수치를 만인 앞에서 경험하게 됐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인들도 므낫세 왕의 비참함 모습을 보고 여호와 유일신앙을 지닌 이스라엘을 크게 조롱했다. 개인의 유익을 위해 여호와 신앙을 버리고 타락한 므낫세의 말년은 비극으로 끝나게 됐다.
 
여호와 하나님은 공의를 무척 중시하는 전능자이시다. 우주를 지으시고 통치하시는 통 큰 분이지만, 하나님께서 법으로 정하신 길을 걷지 않으면 징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권고와 징계를 통해서라도 선택된 하나님의 백성들이 바르게 살아가기를 바라신다. 하나님의 뜻과 어그러져 살아가는 자는 이 세상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저 세상에서도 절대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태양아래 사는 자에게 비밀은 절대로 있을 수 없으며, 선한 행동이든 사악한 행동이든 때가 되면 반드시 만방에 드러난다.

글ㅣ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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