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없다고 해 그 것만으로 사회가 건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 갈등은 해소돼야 할 것이지만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소돼야 한다."
4일 오후 2시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 권성)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한국 사회의 갈등해소를 위한 비정치적 비경제적 탐구' 2013년 정책심포지엄에서 '한국사회 갈등원인에 대한 일고'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백종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강조한 말이다.
이날 백종현 교수는 "요즘 한국사회의 중심적 갈등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 내지는 가진 자의 못 가진 자에 대한 백안시와 못 가진 자의 가진 자에 대한 적대시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 갈등해소의 첫걸음은 상대방과 '함께하는 마음'을 갖는 일이겠지만, 그에 앞서 '가치의 중심'을 잡는 일"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부당한 갈등 해소보다는 정의로운 갈등의 지속관계가 더 나을 수 있다"며 "자유와 평등과 정의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에서 결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사회가 더욱 아름다워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갈등의 주요인을 현대사회 운영의 최고 원리인 자유 원리 관점, 평등원리 관점, 정의 원리 관점 등을 설명한 후 "덕(德)은 이념 주창이나 부자들의 거만과 빈자들의 울분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절제의 실습과 훈련을 통해 증진돼 간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법이 나에게 유리하고 혹은 불리하더라도 그 법은 법이다. 바로 소크라테스는 현행법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에서 했던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치에 부합함'이라는 합리성이 '서로 이익이 맞아 떨어짐' 이라는 합리성으로 호도돼 잠재워지는 것보다는, 해소가 지체되더라도 갈등의 난국을 겪으면서 진정한 합리성이 성숙해 가 마침내 화합을 이뤄내는 편이 더 좋을 수 있다"며 "갈등 해소가 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거나, 또는 큰 사회적 갈등이 없는 대신에 어떤 사회의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생애 대한 의욕이 감퇴하고 침울하거나 행복에 대해 무감각해지면, 갈등의 와중에도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 더 낫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 사회갈등 조정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강연한 양선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사회갈등 자체는 정상적 사회기능이므로 이는 해소의 대상도 아니고 해소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며 "건강한 사회는 사회갈등의 통합과 조정기능을 통해 더 나은 단계로 발전을 도모한다"고 말했다.
양 논설위원은 "그동안 한국사회 표출돼온 사회갈등은 단지 이해관계의 충돌에서 시작하면서도 협상과 토론 혹은 조정과 통합의 과정을 거쳐 해결하려는 것 보다 투쟁과 항거의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일제, 전쟁, 군부독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압제적 권력의 존재는 갈등을 투쟁과 저항의 양상으로 치닫게 했으며 이런 환경에서 비타협적 갈등의 체질화가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이미 국단적 사회갈등 구조의 위험성을 알고 있으며, 누군가 나서 중화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며 "그러한 역할을 상당 부분 언론에 기대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젠 시대와 사회가 변한 만큼 언론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현재의 특종과 중계저널리즘의 위주의 언론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종이 이 시대에 맞는 언론 플레이 방식인가 ▲중계저널리즘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취재원의 언론플레이와 언론의 오·남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의 사적 저널리즘이 횡행하는 시대에 공적 저널리즘의 위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사양화 길을 걷고 있는 언론사들이 경영 정상화하는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고민을 할 때라고 피력했다.
이날 권오근 언론중재위원회 운영본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2013년 언론중재위원회 '한국사회의 갈등해소를 위한 비정치적․비경제적 탐구' 정책심포지엄 앞서 인사말을 한 권성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은 "갈등을 해소하는데 언론만큼 좋은 조정자는 없다"며 "언론이 갈등을 조정하는 제 역할을 찾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언론중재위원회 심포지엄은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