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속적 동성애 관계≠동성결혼?' 英성공회 '모호한' 표현으로 논란

교회 내 동성결혼 의식 관련해 논란의 소지 다분한 표현 사용
지난 11월 열린 영국 성공회 총회(General Synod) 모습. ⓒchurchofengland.org

영국 성공회가 동성결혼에 대한 모호한 입장 표명으로 상반된 해석을 낳고 있다.

논란은 영국 성공회 주교회의 내 성(性) 문제에 관한 워킹그룹이 발표한 최신 보고서 내용에서 비롯됐다.

이 보고서 말미에는 "성직자가 교단과 교회가 허용할 시에 공적인 예배에서 '영속적인 동성 간 관계(permanent same-sex relationship)'의 성립을 '확인해(mark)' 주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성직자들은 이를 강요 받아서는 안되며 우리들 중 일부는 이것이 '동성결혼(same-sex marriage)'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제안이 나와 있다.

이 같은 제안을 두고 로이터 등 일반 언론들과 미국 에큐메니컬 뉴스 등 진보 언론들은 "영국 성공회 성직자들이 '동성결혼'을 '축복할(bless)'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크리스천포스트 등 보수 언론들은 "이 같은 제안의 의미를 동성결혼에 대한 축복으로 확대하는 것은 틀린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 같은 해석차는 보고서에 나타난 제안이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여질 수 있는 불분명한 표현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축복' 대신 '확인'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고, '영속적인 동성 관계의 성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동성결혼'과의 거리를 두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같은 표현들을 해석할 때에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고서의 제안 내용이 문제가 되자 영국 성공회는 교단 공식 사이트를 통해서 입장을 밝히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은 교단이 동성결혼에 반대하고 전통적 결혼을 지지하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해당 제안에 관해서도 동성결혼 축복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표현에 차이를 뒀다. 그러나 바뀐 표현 역시 해석차가 발생할 수 있는 모호한 표현들이라는 것이 문제다.

성공회는 이 글에서 "(문제의) 제안은 성 행동에 대한 교단의 전통적 가르침에 변화가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제안에 대해서는 동성애 관계를 확인해 주는 의식을 '축복(bless)'이 아닌 '제공(accomodate)'해 줄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한 "제안은 성직자들이 교단과 교회의 동의가 있는 상황에서는 '서로에게 충실한 동성 관계(faithful same sex relationship)'의 성립을 '확인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성공회는 동성결혼 축복 문제로 분열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성공회 본산인 영국 성공회의 동성결혼 관련 정책은 전체 성공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공회 #동성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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