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시민사회, 국가기관 총동원 대선개입 특검법 추진

국가기관 선거개입 특별검사제 추진을 위한 국민공청회
공청회 토론 모습이다.   ©김철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관련 고작 73건이라던 문제의 댓글과 게시글 수는 1차, 2차 공소장 변경을 거쳐 5만 5689건, 다시 121만 228건의 트위터 글로 늘었다.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원, 궁 등 대선개입 특별검사 추진 국민공청회에서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이 밝힌 말이다.

시민사회, 민주당, 정의당, 안철수 의원 측 등 4주체가 참여한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는 29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대통령선거 개입에 대한 특별검사제 추진을 위한 국민공청회'를 열고 특별검사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이날 '특검도입의 필요성과 내용, 그리고 정국 해결 방향'을 발제한 박범계(법률위원장) 민주당의원은 "경찰의 수사 축소 은폐 과정에 정치권과 국정원 직원이 배후 역할을 해온 정황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추가적인 수사나 기소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누리당 SNS미디어본부장을 내걸고 일명 십알단을 운영한 윤정훈 목사와 국정원의 리트윗 등을 통해 연계된 점이 확인됐음에도 추가적 수사나 기소의 진행소식은 없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도대체 국가정보원이 원장을 필두로 해 거의 모든 조직이 총동원하다시피 해 이 엄청난 선거개입을 할 이유가 무엇인가. 과연 이것을 국정원 단독의 의지와 결행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 이것은 적어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가 하에 이루어졌고, 새누리당 선거캠프의 비호 하에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 아닌가"라며 "현재 기소돼 재판 중인 사건이지만 특별검사의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200만 건 사이버 심리전 홍보목표달성으로 국방부장관 표창 등 국가정보원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 사이버사령부의 불법대선개입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며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활동비용을 국정원이 지급한다는 점에서 합리적 추론의 결과이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가정보원,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행정안전부, 통일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 등에서도 총체적으로 불법대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범정부적 대선 개입의 의혹과 수사방해의 한 축을 차지하는 대화록 유출 공개건 역시 묵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와 함께 기밀문서의 유출을 선거에 이용한 의혹과, 기밀문서의 공개로 국면전환과 수사방해를 한 의혹 등도 가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호 정의당 국회의원은 '범정부적 대선개입 사건 특별검사 도입에 대한 법리문제와 실효성 확보방안'을 통해 "재판관할권에 관한 헌법규정을 근거로 여당이 특검 불가론을 펴는 것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과거 선례를 보더라도 특검법으로 특별검사에게 군인, 군무원에 대한 임무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특검 주장은 사리에 맞지도 않고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특검을 반대하고 있다"며 "이번 특검은 국정원 대선개입이 아니라 범정부적 대선 개입이고, 역대 11번의 특검 중 재판 중이거나 수사 중에 특검법이 제정된 경우가 6회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개입 의혹 특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그는 "특검검사 추천시 국민적 대표성 및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가 추천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지난 대선개입 의혹에 있어 현재 여당은 직접적 이해당사자여서 추천권 일부를 주게 되면 적임자 추천에 난항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범정부적인 차원의 개입 의혹은 물론 민간인이 국정원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여론 공작 활동 대가로 활동비를 지급받았다는 의혹 및 법무부를 비롯한 권력층으로부터 수사방해의혹까지 있었으므로 종합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며 "특검 수사기간도 60일 이내로 하되, 1차 30일을 연장하고, 다시 2차로 15일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특검은 여야 윈-윈의 출구'를 발표한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국정원 대선 개입문제는 사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있었던 일이었고, 박근혜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이명박 정부 때에 있었던 잘못된 일로 정리하고 논란을 매듭짓고 갈수 있었다"며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고, 그에 발 맞춰 새누리당도 특검 수용을 지금까지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시사평론가는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발생해지만 이제 박근혜 정부 때의 일로 옮겨지게 됐다"며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를 덮으려하고 진상규명을 막으려는 일이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진작 매듭짓고 털고 갈 수 있는 일을 이렇게까지 키우고 악화시킨 것은 야권이 아니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자신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시사평론가는 "진상규명에 끝까지 협조하지 않거나 혹은 제어하는 위치에 섰을 때 박 대통령이 안게 되는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며 "18대 대선에서 있었던 일들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격화될 것이고, 이는 박 대통령의 정통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시점에서 여야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여당은 야권이 요구하는 특검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리고, 야권은 여당이 원하는 경제 민생 현안들의 국회처리를 위한 적극 적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이는 정치적 갈등 사안도 풀고 경제 민생 현안들도 푸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많은 국민들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전반적인 선거 개입, 정치개입에 대한 의혹을 갖고 있다"며 "현재 인터넷에서 트윗글을 볼 때, 제 스스로도 선별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저 트윗글 안에도 혹시나 하는, 짧은 시간에도 불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국가기관들의 의혹들이 확대 재생산되면, 과연 국민들이 국가기관을 얼마나 믿고 따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이렇게 되면 국가가 하고자하는 일에 국민이 어떻게 참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하루 빨리 잡아야 한다"며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특검이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에서 기소사건은 특검이 되지 않는다거나 전교조, 전공노 등의 정치개입과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동등한 선상에 놓고 정치시비를 하고 있다"며 "재발방지는 필요하다면서도 철저한 수사를 반대하는 자기모순의 여당의 인식이 국가대선개입 문제를 풀어 가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여야 국회가 정부와 청와대의 견제를 통해 정치를 해가야 하는 상황인데도 여당은 정부에 밀착이 돼 비상식적인 논의를 계속하면서 특검을 반대하고 있다"며 "특검이 제대로 되려면 대통령의 의지보다는 정부 여당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사진 왼쪽 앞) 의원이 토론 내용을 듣고 있다.   ©김철관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인터넷실명제 반대 등을 두고 가증스럽게도 혼탁을 우려했던 그 기관이, 그 정당이 시민들이 스스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만든 제도(인터넷실명제 폐지)를 악용해서 불법으로 국가기구를 총동원해서 선거를 치렀다"며 "이 사실을 받아드리기 참 어렵고 괴로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대선과정에서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당 관계자들에 의해 수사 중인 수사정보가 유출되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말하고 있다"며 "국가정보원보다 심리를 담당한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팀이 국가정보원보다 더 제한 없이 과감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 의해 지금까지 외압, 은폐, 축소 등이 실제로 나타났기 때문에 특검 외에 반드시 또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외압, 은폐, 축소를 했던 박근혜 정부의 각료들이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당시도 군 사이버사령부의 장관이었고, 군을 직접 지휘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도의적인 측면에서 물러나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수사에 협조해야 할 남재준 국정원장은 댓글 관련 내부 인사 보복조치를 했고,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본인이 이것을 선거법 위반사안이 아니라고 했다가 그것이 법원에 의해 거부됐을 때 이미 물러났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장관을 그대로 두고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자는 둥 정쟁을 중단하자는 둥의 발언을 하고 있다"며 "이런 장관들이 물러나야 그나마 오해의 소지가 없이 특검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현재 상황은 특검뿐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국정조사 카드는 소진 됐고, 검찰수사팀이 잘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채동욱 검찰총장, 윤석열 팀장이 찍혀 나갔고, 현재도 수사 중인 사건의 수사정보가 새누리당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 국가정보원법을 보더라도 수사를 원활하게 할 수 있지 않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팀의 외압을 막아 줄 수 있는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물타기 하기위해 특검을 했다"며 "사람에 충성한 것이 아니라 원칙에 충성했던 특별검사에 의해 오히려 닉슨의 목을 조이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특검에 대한 실효성이 있으려면 워터게이트 사건처럼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사람이 특검으로 선출돼야 한다"며 "중립적인 사람이 선출되기 위해서는 반대편에 있는 야당에서의 추천권이 주어줘야 한다, 수사기간에 대해서도 충분한 시간이 보장돼야 하고 필요할 경우 연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권한 대해서도 그는 "국가정보원법, 국군사이버사령부 등과 관련한 법과 제도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고, 각종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백승헌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됐고, 토론에 앞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안철수 의원이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토론이 끝나고 박범계 민주당의원, 서기호 정의당의원, 송호창 무소속의원 등이 연석회의 특위에서 합의해 국회 발의할 특검법안을 설명했다.

#국가기관선거개입특검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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