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중국이 최근 선포한 방공식별구역(ADIZ)을 사전 통보 없이 비행한 가운데 미국 중국 전문가들은 ADIZ 관련된 갈등이 양국 간의 '롱게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방부는 26일(현지시간) 전날 오후 7시(워싱턴 시간)께 괌에서 이륙한 B-52 폭격기 2대가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동중국해 상공을 1시간 동안 훈련 비행했다고 밝혔다.
미군 폭격기들은 비행 당시 비무장 상태였으며 중국 측은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후 미 국방부는 이번 비행은 정규 '코럴 라이트닝'(Coral Lightning) 훈련의 하나로 오래 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정한 '새로운 규칙'인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미국이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에 앞서 백악관, 국무부 등은 중국의 일방적인 ADIZ 선포가 '불필요하고 선동적인 행위'라며 강력한 비난을 이어갔고, 중국군 기관지 등 언론은 "어떤 국가도 중국이 자기의 핵심 이익과 정당한 권익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ADIZ 선포 조치는 중국이 초반에 우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수(갬빗,Gambit)'를 친 것이며, 이는 곧바로 중국과 다른 국가 간의 공중 무력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정부가 이웃국가들의 반발의 단호함과 속도를 잘못 예상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최소한 단기적으로, 이 같은 행보는 중국 지도부의 사태 통제에 차질이 빚어지게 했고, 이웃국과의 긴장 관계는 중국의 핵심이익에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미국 대사관 육군 무관 출신인 데니스 브라스코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향후 사태는 상당 부분 중국의 계획에 의해 결정될 것이지만 지난 2001년 4월1일 미·중 군용기 충돌이라는 무서운 전례가 보여준 듯이 언제나 외교적 위기로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사건은 당시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서 이륙한 미국 해군의 EP-3 정찰기가 하이난(海南)섬 남동쪽 공해상에 접어들자 중국군은 F8 전투기 2대를 출격시켰다. 중국 전투기들은 미 정찰기를 향해 "중국 영공을 벗어나지 않으면 격추하겠다"고 경고했다. 그 와중에 미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해 중국기 1대가 추락해 중국 해군 전투기 조종사 왕웨이(王偉)가 숨졌고, 기체가 부서진 미 정찰기도 긴급 구조신호를 보낸 뒤 하이난섬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미 정찰기 승무원 24명은 무사했지만, 이후 중국이 미 승무원을 10일 간 억류하면서 양국이 한동안 외교전을 벌이는 사건으로 현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