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 매물 넘쳐나지만 매수는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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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동양사태'를 우려하는 금융감독당국과 채권은행들의 요구에다 대기업집단의 선제적인 재무구조개선 노력으로 인해 M&A시장에 나오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의 끝이 확실히 보이지 않는데다 정부가 '신규 순환출자 금지'까지 추진하는 마당이어서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기업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산업계에서는 내년부터 M&A시장의 불균형이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외국계 자본들에 국내 알짜기업들이 넘어가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2015년까지 3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을 매각하기로 했다.

동부하이텍은 반도체 전문회사로 수년간 지속된 적자를 딛고 올해 처음으로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M&A시장에 나오는 신세가 됐다.

동부메탈도 합금철분야에서 세계 2위에 올라 있는 기업이다.

LIG그룹은 기업어음(CP) 투자자 피해 보상액을 마련하기 위해 LIG손해보험을 매각 리스트에 올렸다. 동부그룹과는 목적이 다르긴 하지만 국내 손해보험업계 4위 회사가 새주인 찾기에 나섰다.

이에 앞서 이미 매각을 추진했던 대한해운 , 쌍용건설 , 동양건설산업, 벽산건설 등도 아직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동양그룹의 동양증권, 동양파워, 동양매직 등도 매물에 올라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몇몇 대기업집단에 대해서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요구하고 있어 매각 리스트에 오를 기업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매물은 계속 늘어난 전망이지만 매수세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에는 M&A시장에는 매물이 넘쳐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M&A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는 M&A시장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면서 "헐값에 기업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 M&A시장과 관련해 산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정부와 국회가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어 국회가 정상화되면 개정안 통과는 쉬울 전망이다.

재계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들조차 기업인수를 어렵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해당 기업의 사업성 등을 고려해 인수 여부를 결정하지만 앞으로는 순환출자에 해당되는지 않는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거액의 차익을 남겼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외국 자본에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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