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갑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보료는 직장가입자 최고보험료의 절반이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최고 보험료를 내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회장님은 (등기 임원이지만) 회사에서 보수를 받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돼 있으며, 지역가입자가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보험료를 낸다"고 말했다.
현재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상한선은 약 219만원이다.
건강보험은 소득에 일정 비율로 매겨지는 세금과 달리 사회보험제도이기 때문에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가 무한정 올라가지 않고 상한선이 적용된다.
이 회장이 주식 배당 등으로 일반 직장인이나 기업인은 꿈도 못 꿀 정도로 많은 소득을 올리지만 보험료는 상한선인 월 219만원을 내면 되는 것이다.
직장가입자 역시 상한선이 있지만 지역가입자보다 11만원이 높은 230만원이다.
직장가입자는 월 보수(근로소득 기준)가 7천810만원 이상이면 보수가 얼마나 많든지 230만원을 매달 내게 된다.
그러나 보수 외 다른 소득이 많은 직장인은 추가로 보험료를 내도록 돼 있다.
만약 직장가입자가 근로소득 외에 사업소득, 이자, 배당, 임대소득 등을 합친 종합소득이 7천200만원을 넘는 경우 추가로 최대 230만원까지 보험료가 부과된다.
따라서 직장가입자에게 부과될 수 있는 최고보험료는 결국 460만원으로 뛴다.
보수에 부과되는 보험료 절반을 회사가 내는 점까지 고려하면 직장가입자 1인 앞에 부과되는 최고보험료는 월 690만원이나 된다.
최고 갑부 이건희 회장의 3배가 넘는 보험가 부과되는 셈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보험료 상한액을 내는 직장인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삼성전자[005930] 직원 62명을 포함해 2천522명이다.
이들 삼성전자 직원 62명은 회사에서 납부해주는 보험료까지 합치면 '보스' 이건희 회장의 2배가 넘는 건보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형평에 맞지 않는 보험료 산정은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가 직장과 지역으로 나뉘어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불합리를 '땜질식'으로 보완하다 보니 생긴 결과다.
직장과 지역에 서로 다른 기준으로 보험료가 매겨지니 보험료를 적게 내려 '위장 취업'을 하는 얌체족이 양산됐고, 정부는 이들에게 보험료를 물리기 위해 보수 외에 종합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에 작년 9월부터 추가 보험료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직장인 최고보험료는 지역가입자의 2배를 웃돌게 됐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회사가 부담하는 50%를 제외하더라도 직장인 약 2천500명이 이건희 회장보다 소득이 훨씬 낮지만 보험료는 더 많이 내고 있다"며 "직장과 지역의 보험료 부과방식과 상한선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