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로반=AP/뉴시스】깡그리 사라지다시피 한 동네의 폐허에서 쇠테 한 개를 찾아낸다. 폭풍이 무너뜨린 집 잔해 더미에서 녹쓴 못과 부러진 들보를 찾아내 백보드를 세운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무리지어 온다. 이제 파편 더미를 치운 길바닥에서 농구를 하기 시작한다.
필리핀 타클로반 사람 이야기다.
AP 특파원은 열흘 전 하이옌이 휩쓸고 간 이곳의 어느 동네에서 지난 주말 십대 여섯 명이 쇠테 안에다 농구 공을 던져대고 있는 장면과 마주치고는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참화와 재난의 한가운데를 취재하고 있는 해외 특파원으로서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장면을 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하물며 같이 농구하자는 청을 듣게 될 줄이야. 이 동네 사람들이 맨처음 재건한 것이 다름아닌 농구 골대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금 후에야 이 특파원은 이런 것이 바로 세상 살아가는 이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일어난 일을 잊기 위해 놀려고 한다고 구경꾼 중의 한 사람인 여성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노는 것을 구경하려고 한다."
이렇게 말하는 엘레니 사라니요(22)는 집이 완전히 무너져 버려 교회에서 살고 있다.
4000명 이상이 죽었고 생존한 수십 만 명은 기아, 갈증, 불편한 임시 숙소 등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아직도 수습되지 않아 피부가 벗겨진 채 시꺼매진 시신들이 거리에 그냥 놓여 있거나 무심결에 발길에 채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위기 상황이 조금 눅어지고 도움의 손길이 흘러오기 시작하자 희망의 불빛이 깜빡거린다. 비록 말 그대로 잠간이지만 사람들은 미소를 짓기도 하고, 길게 이어지지는 않지만 농담을 나눈다. 모두 삶의 단편이다. 결코 이 비극 앞에 이들이 행복해 한다는 말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아닐지라도 여러 사람들은 죽음에서 벗어났다는 그 자체에서 삶에 대한 새로운 열정을 발견하고 있다고 AP 특파원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