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선교사 활동을 사회∙제도적으로 제한하는 국가는 30여 개국이나 실제 선교사 추방이 이뤄지는 나라는 이보다 훨씬 많은 약 120여 개국(한국위기관리재단 2012년 통계)으로 추산된다. 종교법, 비자법, 정치 및 사회문화적 요인, 단기봉사팀 활동으로 인한 피해 등 추방 원인도 다양해지고 추방 사례도 점차 늘고 있어 파송 본부와 선교사, 파송 교회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14~15일 광림세미나하우스에서 진행된 제12회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 130여 명의 선교지도자들은 최근 급증한 중국 선교사 추방 사례를 중심으로 추방된 선교사 및 현지에 남은 선교사, 파송 본부, 파송 교회 등을 위한 대책과 향후 전망을 논의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1년 사이 1백 가정 이상의 선교사들이 비자연장 거부, 입국거부, 강제출국 등의 형태로 추방당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동안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MS 선교총무 김호동 선교사는 15일 '시대적 상황에 따른 선교사 재배치'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중국 선교현장에서의 긴장 관계가 최대 3년은 가지 않을 것"이라며 "선교사 추방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진다면 이후 중국선교가 재정비되고 중국 선교사들이 업그레이드 되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호동 선교사는 우선 한국교회의 어려움이 한국선교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교세가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절벽 위에 서있는 것 같다"며 "상당수 목회자들은 성도 수 감소와 재정적 압박을 느끼고 있는데, 이것이 선교현장에서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단체는 선교사 훈련생들이 1년에 70명 이상에서 10~20명으로 감소했다"고 밝힌 그는 "선교사 훈련생 감소 추세는 한국교회의 선교적 역량이 감소했다는 의미이며,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는 전략이 나오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한국교회, 한국선교계가 다시 일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이러한 한국교회, 한국선교계의 위기 상황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중국에서 추방이 집중적으로 발생하자 추방된 선교사 당사자뿐 아니라 파송 본부, 파송 교회도 충격을 받고 있다며 선교사 추방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선교사 추방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종교법, 비자법 △정치, 사회 체제가 불안한 가운데 정치 문제와 교회가 연관된 경우 △현지인 및 현지 지도자들과 비즈니스, 목회 등에서 경쟁관계가 되면서 관계성에 문제가 생긴 경우 △선교사들의 보안 준수 미비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선교사는 "특히 중국에서는 과거 당국의 묵인 아래 어느 정도 종교활동이 이뤄졌으나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정치, 사회적 불안 요소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외국인 선교사들에 대한 추방을 더욱 강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중국 정부가 지하교회를 탄압하고 한국 선교사를 추방하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등록을 받으면서 교회를 합법화하는 작업을 하는 데 한국 선교사가 장애가 된 것도 많은 선교사들이 쫓겨나게 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삼자교회에서는 그 동안 많은 한국 선교사들이 중국 지하교회를 지원하며 음성적으로 해 온 선교를 양성적, 합법적으로 하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도 선교사 추방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선교사는 또 "선교사란 신분이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데도 많은 중국 선교사들이 보안 사항을 준수하지 않는 행동이 만성화 돼 있다"며 이로 인해 많은 정보가 노출돼 있다고 알렸다. 이 외에도 2만5천 한국 선교사 중 15%가 넘는 4천여 명 이상이 중국, 홍콩, 마카오 등지에 비정상적으로 편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추방이 이뤄지게 됐다고 그는 분석했다.
김 선교사는 "선교사 명단에 있든 없든 중국 선교사들의 신분이 중국 공안 당국에 다 노출돼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추방 유형도 과거 체포, 감금 후 즉각적인 추방이 아니라 한국에서 비자 재발급 거부, 공항에서의 입국거부, 현지에서 비자 연장 거부, 사업현장에서 소환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추방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추방 선교사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선교지에 교육기관, 집, 자동차 등을 놓고 나오게 되는데, 추방이 빈번한 지역에서는 건축 등 프로젝트 사역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파송 본부에서는 추방 후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선교사들을 위해 국내 거처를 신속히 마련하고 상담과 휴식을 제공하며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선교사가 추방당했다고 선교 생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며 "복음을 위해 고난 받은 선교사가 사역지를 전략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한편, 파송교회는 선교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선교지의 변화에 대해 늘 여유롭게 준비하고 후원 중단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방된 선교사는 국내 중국 유학생 사역, 미국, 캐나다, 호주, 동남아시아, 중동 등의 화교교회와의 네트워크 형성, 적극적인 재배치 교육 등을 통해 후속적 사역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김 선교사는 "추방 자체는 선교사뿐 아니라 본부, 교회에서 모두 큰 부담이 된다"며 "추방 가능성이 높은 장기 선교사들은 조기안식년을 갖거나 사전 경고조치가 있는 경우 빠르게 이동하는 등 추방 당하기 전에 미리 나와서 대책을 세워 상황을 주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예고 없이 추방이 이뤄질 수 있어 언제든지 사역 리더십을 현지인 등에게 위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선교사는 현장 선교사는 하드디스크에 사역, 조직 등에 관한 내용을 저장하지 않고, 필요 시 개인연락망, 임시행정라인 등을 이용하며 위험요소를 줄일 것을 요청했다. 추방 위험 속에 살고 있는 선교사들을 위한 멤버케어, 중보기도도 당연히 필요하다.
김 선교사는 "지금의 단계를 지나면 한국교회 선교사의 편중화가 해소되고, 화교권을 넘어 선교사 재배치가 이뤄질 뿐 아니라 음성적이던 중국선교가 양성적인 선교로 전환될 것"이라며 "중국교회, 중국기독교의 역량을 평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결국 위험과 추방 등 위기 속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인도에 의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라며 "선교지도자들부터 선교사 추방 문제에 공감하고 적극 해결해 나간다면 위기를 쉽게 극복할 수 있을 줄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 한정국 목사는 "최근 세계기도정보에 따르면 중국의 선교사가 10만 명이라고 한다"며 "중국은 이제 선교 대상국이라기 보다 선교하는 국가가 됐다"며 중국선교의 리더십의 현지 이양을 준비하는 등 중국선교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사무총장은 또 "중국기독교양회(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 기독교협회)에서도 삼자교회 목회자들의 설교 수준과 영성을 가정교회만큼 높이고, 과거 한국 기독교의 사회 공헌 및 변혁 사례, 노하우를 얻기 위해 한국교회의 도움을 요청해 왔다"며 한국교회가 중국 가정교회 사역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을 통한 사역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