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여기는 슈퍼 태풍이 쓸고 지나간 타클로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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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서울광염교회 조현삼 목사
조현삼 목사   ©서울광염교회

여기는 슈퍼 태풍 하이옌이 쓸고 지나간 레이테 주의 주도 타클로반입니다. 한국에서 타클로반의 90%가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를 보고 들어왔는데, 현장 에서의 느낌은 이 보다 더 처참합니다. 타클로반 어디를 가도 온전한 집이나 건물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콘크리트나 철근 구조물들도 힘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마치 지진 피해 현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로 시내 전체가 참담합니다. 거리에서는 덤프트럭으로 시신수습을 하고 있고 공항도 활주로와 관제탑만 겨우 남아 있고 모두 망가진 상태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흔적을 통해 당시 태풍이 얼마나 엄청났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이곳은 돈이 소용없습니다. 돈이 있어도 그것으로 살 수 있는 물건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그 무엇보다 양식과 물과 생필품이 필요합니다. 유엔은 이상태가 며칠 지속되면 폭동이 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타클로반은 계엄령이 내려진 상태이고 군인들이 요소요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재난 초기 때의치안부재 상황은 벗어났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부터 구호품과 구호팀과 의료진 등이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이 슈퍼 태풍 피해를 입은 것은 지난 금요일 새벽입니다. 태풍 피해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주일(10일) 오후부터입니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우리는 주일 밤 타클로반으로 긴급재난구호를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사야 긴급재난구호 팀장을 비롯한 우리 팀 4명은 5천만 원의 긴급구호금을 들고 2013년 11월 11일(월) 밤 세부에 도착해서 현지에서 최정희선교사님과 만나 다음 날 구호품 구입에 나섰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현지에 있는 시티교회(담임 Jo Alpafara목사)와 만나 하루 만에 한 가구가 5일 정도 생존할 수 있는 구호 키트 1,200개를 만들었습니다. 시티교회 조(Jo Alpafara)목사님과 백여 명의 성도들의 헌신적인 봉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2진으로 12일(화) 밤 새로남교회(담임 오정호목사)가 보낸 천만 원을 들고 세부에 도착해서 우리 팀과 합류했습니다. 우리 팀은 시티교회 스텝들과 함께 한국교회가 준비한 구호품을 최대한 빨리 타클로반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것에 대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3일(수) 오전 6시에 세부에 있는 라파엘 라모스 군항에서 500톤급 해군함정 바코로드 시티호가 타클로반으로 출발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배에 구호품을 싣고 떠나는 것을 추진하면서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팀은 시티교회에 모여 현재로서는 이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하고 팀을 둘로 나눠 한 팀은 세부 북쪽에 있는 반타얀을 구호하고 한 팀은 해군함을 타고 타클로반으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13일(수) 새벽 2시, 항구로 나간 현지교회 목사님으로부터 해군함에 한 트럭 분량의 구호품은 실어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항구로 달려갔습니다. 함장은 수면 중이었고 현장을 지키던 해군 병사는 새벽 5시가 되어야 함장을 만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실어주는 것으로 결정되어도 우리 팀은 시티교회에 예배당에 준비해 놓은 구호품을 실어올 시간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배 출항 시간이 새벽 6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팀들에게 무조건 시티교회로 가서 구호키트를 실어오도록 했습니다. 구호품을 실어다 놓고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계시고, 우리 하나님은 재난 현장에서는 우리가 몸으로 느낄 정도로 함께하시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했습니다.

새벽 5시, 함장이 기상을 하고 우리는 배에 올라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하나님은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고 일하셨습니다. 팔백 가구가 5일을 생존하는데 필요한 생수와 구호키트를 다 해군 수송선에 실었습니다. 그 배에는 타클로반에 살고 있는 가족을 찾아 들어가는 2백 여명의 필리핀 사람들도 탑승했습니다. 우리 팀은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타클로반 사람들을 향해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 있었기에 수송선을 타고 스물 일곱을 가는 긴 항해에도 지치지 않고 견딜 수 있었습니다. 구호품을 실은 해군 수송선은 다음날, 11월 14일(목) 오전 9시 세부 항을 출발한지 스물 일곱 시간 만에 타클로반에 도착했습니다.

타클로반에 도착한 후에 이 구호품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그것도 하나님의 몫이었습니다. 시티교회가 세부에서 타클로반에 있는 팀에게 연락을 해 주었지만 그 팀도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우리는 또 기대했습니다. 배가 타클로반 항구에 도착한 후에 우리는 다양한 구호품 분배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런 중에 하나님은 최상의 것으로 한국교회가 준비한 구호품을 이재민들에게 일일이 직접 나눌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해군 제독과 항구를 지키고 있던 육군 책임자의 마음을 감동시키셔서 그들이 우리 팀을 위해 해군 트럭 두 대, 육군 트럭 두 대 등 모두 트럭 네 대와 무장을 한 삼십 여명의 육군과 해군 병사들을 붙여주기로 했습니다.

※ 이 글은 서울광염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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