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의 모판은 한국교회입니다. 한국교회에 은혜를 받기만 했던 한국선교계가 이제 교회의 어려움에 응답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됩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14일 경기도 포천 광림세미나하우스에서 개최한 제12회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 KWMA 사무총장 한정국 목사는 교세 감소와 기독교의 대외 이미지 실추, 분열과 갈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의 어려움에 한국선교계가 적극 대응하고 교회 현안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요청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교단선교부 및 선교단체 지도자, 교수, 선교사 등 13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포럼은 개회예배에 이어 한정국 사무총장은 '한국선교계에 긴급히 드리는 제안'이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한 사무총장은 "선교에 너그럽던 한국교회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선교지의 한국선교사들은 본국의 추세에 다소 무딘 반응이고, 한국선교계도 막연한 낙관주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선교계가 어려움에 처한 한국교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로 우선 ▲선교적 관점에서 한국교회 성장을 위한 진단과 처방 ▲교회의 개혁(갱신)과 사회 변혁을 위한 변혁신학 연구 및 실천 ▲한국교회 재부흥 운동 등 3가지를 들었다.
한 사무총장은 특히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신학에 함몰돼 제2의 종교개혁을 강조하면서 타 교단과 지도자들을 개혁의 잣대로 쉽게 정죄하기 바쁘다"며 "교회는 계속 개혁(갱신)할 필요가 있으나 지금은 교회가 단합하여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변혁신학이 더 연구되고 실천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교회는 민족사의 수많은 위기 속에서 한국사회를 변혁시킨 역동적인 교회였으나 급속한 교회 성장 후 이제 세상을 변혁시키는 데 관심을 갖기 보다 내부 문제 제기에 너무 힘을 쏟고 있다"며 "지나친 이단논쟁, WCC 총회로 인한 교회의 분열과 대립 등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사무총장은 "이러한 문제들은 선교 현장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들"이라며 실제 선교 현장에서는 복음주의 진영, 자유주의 진영이 크게 구분돼 있지 않은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교회 재부흥을 위해서는 "1200만 성도가 800만으로 감소했다고 하는 지금 더 늦기 전에 반전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사무총장은 특히 "한 국가의 기독교가 생성, 발전, 부흥, 쇠퇴기를 경험하는 사이클에서 한국교회가 기독교 전파 100년이 지난 1985년 좀 더 심각하게 한국교회 미래를 고민했어야 했고, 급속한 교회성장은 급속한 교회 쇠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미리 대비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1960년대 미국사회의 혼란과 교회의 대처 미흡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나타난 아주사와 애즈버리대학교의 부흥, 지저스 피플 무브먼트(Jesus People Movement)는 교회사에서 다시 부흥이 일어난 반전의 사례"라며 한국선교계도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 사무총장은 이어 "KWMA 설립 잉태기인 1988년 선교사는 550명이었으나 25년이 지난 지금은 2만5천여 명을 파송했다"며 "당분간 이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지만 미래를 대비하고 개척할 영역이 있다"며 한국선교계의 자구책으로 ▲질적 성숙 ▲자식학과 자선교학 개발 ▲지역별 선교전략회의(RCOWE) ▲창조적 선교 시스템 개척 등 4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먼저 "양적 성장을 배제할 순 없으나 질적 성숙을 가속화시켜야 한국선교의 미래가 보인다"며 "매년 KWMA 총회에 발표되는 양적 통계를 지양하고 질적 성숙 상황을 보고하고 통계지표도 질적 위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 동안 서구 기독교를 그대로 받아들였던 한국교회가 한국의 상황에 맞는 건전한 자신학과 자선교학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한국선교계 관점에서 적극 지원하여 교회 회복 및 부흥에 이바지할 것을 요청했다.
RCOWE에 대해서는 "지난 30년은 주로 한 곳에 사람들을 불러 모아 회의하는 형태였으나 이젠 전략적으로 권역을 나눠 현지로 찾아가 선교전략을 상시로 토론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에서 두 차례 전략회의를 진행한 일본선교 네트워크가 RCOWE의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 사무총장은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최초 타문화권 선교사인 박태로 목사가 중국 산동성에 도착한 지 100주년인 2013년 5월 중국에서 전략회의가 개최되면서 RCOWE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한 사무총장은 "은퇴 시스템이 있는 서구와 달리 한국선교계는 7년 전 은퇴 없이 선교지에서 일할 수 있도록 결의하고, 10년 전에는 안식년도 본국사역을 대체하여 시도하자는 결의를 한 바 있다"며 한국의 창조적 선교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끝으로 "선교지에서 8년, 본국에서 20년 이상 사역하면서 한국교회 사정이 안타깝다 못해 매우 힘든 사정으로 내달리고 있는 것을 본다"고 말한 한 사무총장은 "한국교회 없이 한국선교의 내일도 없다. 목사님들이 선교지에서 얻은 통찰력을 제공하면 목회의 돌파구도 열릴 것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가운데 우리가 적극적으로 한국교회의 현안을 풀어야 한다"며 포럼에 참석한 선교 지도자들이 한국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할 것을 요청했다.
15일까지 1박2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포럼은 2014년 개최될 세계선교대회에 대한 발제와 토의, '시대적 상황에 따른 선교사 전략적 재배치, 재입국 거부 선교사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