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최종 발표된 후보자들의 득표수에 86표의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중앙선관위가 이날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 대회의실에서 지난 대선 개표상황표 상 투표지분류기와 수(手)검표 사이에 10표 이상 오분류로 논란이 된 서울 양천구와 서초구, 인천 남동구 등 4개 투표구에 대한 언론설명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뤄졌다.
선관위는 이날 언론설명회에서 4곳 투표구의 이미지파일 전체를 공개, 후보자별 득표수를 다시 집계하는 사실상의 재검표를 실시한 것이다.
이미지파일은 투표지가 투표지분류기를 통과하면서 스캔된 것으로, 투표함에 들어있는 투표지 현물과 같다. 투표함은 소송이 진행중인 이유로 개함할 수 없다.
이미지파일을 확인한 결과 양천구 목3동 4투표구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의 득표수가 실제보다 86표가 더 집계되고, 문재인 후보가 실제보다 86표가 덜 집계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투표구에서 실제로는 박근혜 후보 표가 1159표였으나, 개표상황표 상에는 1245표로 집계돼 있고, 문재인 표는 실제 1631표였으나 개표상황표 상에는 1545표로 집계됐었다.
사실상 문재인 후보를 기표한 86표가 박근혜 후보 지지표로 둔갑한 것이다. 이를 심사집계부와 위원검열 과정에서 단 한 명도 바로 잡지 못하는 엉터리 개표작업을 진행했고, 오류를 남긴 채 공표한 것이다.
이는 기계의 오류가 아닌 사람의 수검표에서 오류가 발생한 점이 확인된 것으로,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 대선에서 실제 득표수에 변화가 생긴 첫 사례가 됐다.
이밖에 양천구 신정7동 1투표구와 서초구 양재1동 1투표구, 인천 남동구 논현고잔동 6투표구 등 3개 투표구에서는 개표상황표 상의 후보자별 최종득표수와 이미지파일 상의 후보자별 득표수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3곳의 경우에도 개표상황표에 기재된 미분류 투표지 숫자와 이미지파일 상에 미분류 투표지 숫자에 큰 차이를 보였다.
미분류된 투표지가 분류된 투표지에 섞여 들어가면서 혼표가 발생해 개표상황표상 숫자가 달리 기재됐다는게 선관위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인천 남동구의 경우 미분류투표지가 분류투표지로 섞이는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당시 심사집계부의 집계 오류가 분류된 투표지와 미분류 투표지에서 모두 발생해 최종 합계는 맞아떨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견됐다.
심사집계부의 오류가 발생하면 양천구 목3동의 경우처럼 최종집계에도 오류가 발생해야하는데 최종결과는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 관계자는 "심사집계부 개표상황표를 작성할 때 후보자별 최종 집계 숫자를 맞춰놓고 미분류 표의 숫자를 역으로 계산해 전체 숫자를 맞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표지분류기를 거쳐 넘어온 투표지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투표매수를 별도로 확인해야 하는 심사집계부가 이 과정을 무시한 채 개표상황표만 놓고 숫자 맞추기를 했다는 얘기다.
특히 양천구 목3동 4투표구의 경우 개표사무원 7~8명과 8명의 위원검열에도 불구하고 최종득표수의 오류가 발생한 것이어서 추가적인 조사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지난 대선 전국 1만3542개 투표구를 전수조사한 결과 93개 투표구에서 불일치가 발생했으며, 1~2표 차이가 나는 곳이 84개, 3~5개 차이가 나는 곳이 5곳, 10표 이상 차이가 나는 4곳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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