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인 케네스 배 선교사가 한국전쟁 이래 '가장 오랜 기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이 됐다고 국제 기독교 인권단체가 알렸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인터내셔널크리스천컨선(ICC)은 지난 3일(현지시간)이 배 선교사가 억류된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고 밝혔다. ICC 동아시아 담당자인 라이언 모건은 최근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 "우리는 비통한 심정으로 케네스 배 선교사의 억류 1주년을 맞이했다"며 "그는 가장 오랜 기간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미국인이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와 그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며 더 큰 헌신으로 북한 정권에 그의 석방을 요구할 것을 다짐한다"고도 밝혔다.
배 선교사는 작년 11월 3일 북한에 들어갔다가 체포된 뒤, 올해 4월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를 이유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배 선교사는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첫번째 미국인이기도 하다. 그는 건강 상태가 악화되면서 지난 8월 이래로 평양 친선병원에 입원 중이다.
배 선교사를 석방시키기 위한 노력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8월 미국 국무부는 그의 석방을 추진하기 위해 로버트 북한인권 특사를 북한에 보내려 했지만 북한측이 킹 특사의 초청을 철회함으로써 무산됐다.
또한 지난 9월과 10월에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과 배 선교사의 어머니인 배명희 씨가 연이어 방북하면서 배 선교사가 석방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왔으나, 그는 결국 풀려나지 못했다.
배명희 씨는 아들의 억류 1주년을 맞아 시애틀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환자복을 입고 작은 방에 감금된 아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찢어질 듯했다. 그가 북한에 포로로 잡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아들에게 건강이 어떠냐고 계속 물었고 그는 마음이 안정된 상태고 몸도 나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배 씨는 "아들은 3개월간의 노동수용소 복역 기간 동안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그가 15년을 거기서 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며 "그가 아직 북한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도 호소했다.
국제 기독교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노동수용소에는 배 선교사 외에도 10만여 명 가량의 기독교인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언 모건은 "그 누구도 자신의 신앙으로 인해서 구금되는 일을 당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여자와 어린이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인이 되기로 선택했다는 이유 하나로 지옥과 같은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