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의원은 "북한 공작원을 만나거나 지령을 받은 적이 없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12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이 의원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은 100페이지가 넘는 공소사실을 파워포인트까지 동원해 1시간15분에 걸쳐 낭독했다.
검찰은 먼저 RO 조직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과 유사한 조직으로 전제, "한국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전복하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한 지하 비밀조직"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국헌 문란의 목적 아래 '비상시국에 연대조직 구성' '광우병 사태처럼 선전전 실시' '레이더기지 등 주요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 등 전쟁대비 3가지 지침을 공유했다"며 "국회의원 등이 헌법을 부정하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시도하면서 국가에 중대한 위협이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공소장 낭독이 끝나자 변호인단도 미리 준비한 파워포인트를 활용, 2시간여에 걸쳐 검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에게는 국헌 문란의 목적과 주체의 조직성, 수단과 방법 등의 특정이 없었다"며 "단순히 정부를 비난하고 정책을 비판한 것은 내란음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RO 조직에 실체가 없고 내란 실행행위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특정되지 않은 만큼 '발언'만을 놓고 내란음모나 선동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이와 함께 국정원이 "'선전,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발언내용을 '성전(聖戰),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절두산성지'를 "결전성지'로, '전쟁반대투쟁을 호소'를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로 왜곡했다"며 녹취록 등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발언기회를 얻은 이 의원은 "북한 공작원을 만난 적 없고 지령을 받은 적도 없다. 단언컨데 내란을 음모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검찰의 공소요지는 북한이 남침할 때 폭동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것인데 전제부터 잘못됐다. 남침을 예상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며 "제가 우려하는 건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이었다"고 했다.
이어 "대정부 질문을 통해 남북미중 4자회담을 정부에 제안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것이 지난 5월 강연의 배경이고 진실이다"고 강조했다.
또 "현 정부 들어 역사 후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역사가 후퇴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독재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에 이어 공소사실에 대한 변호인단의 의견진술, 이 의원 등 피고인들의 의견진술로만 이뤄졌다.
재판 중에는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2명이 이정희 변호사의 진술 직후 "북한으로 보내"라고 외쳤다가 퇴정명령을 받고 법정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3명에 대해서는 재판 직후 감치재판이 열렸다.
이날 검사석에는 수원지검 최태원 부장검사를 비롯해 8명이 앉았고 변호인단으로 김칠준 대표변호사 등 모두 16명이 출석해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의원 등 구속 피고인 7명은 모두 정장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 밖에는 보수와 진보단체 회원 수백 명이 몰려와 각각 '종북단체 척결' '내란음모 무죄' 등을 주장하는 맞불집회를 열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이날 법원 주변에 9개 중대 800여 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다음 공판은 1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2차 공판에는 국정원 수사진이 증인으로 나와 증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