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 전이를 조절하는 새로운 기전을 역이용해 암 전이를 억제하는 항암제 후보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암세포가 다른 조직으로 퍼지는 전이현상은 암으로 인한 치사율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지만 이를 억제하는 효과적인 약물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이번 연구 성과로 국내에서 세계적인 혁신신약이 개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 연구는 김성훈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과 유한양행, 삼성의료원 난치암사업단, 고려대 약대 전영호 교수 등 국내외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결과는 11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연구단은 지난해 7월 새로운 암 전이 과정을 규명해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KRS'(lysyl-tRNA synthetase)라는 효소가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발현되며, 그 중 일부는 세포막에서 '라미닌 수용체'와 결합해 암세포의 전이를 촉진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연구단은 KRS와 라미닌 수용체의 결합을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연구에 착수했다. 그 결과 KRS에 결합해 KRS와 라미닌 수용체의 결합을 차단하고 암 전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선도물질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전받은 유한양행은 약물 유효물질의 효능을 더욱 발전시켜 처음보다 항암 활성이 크게 개선된 물질을 개발했다.
김성훈 교수는 "국내 독창적 연구로 최초 개발한 신약 타깃(작용점)인 KRS를 활용해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한 사례"라며 "이번 연구결과로 항암제가 개발되면 국내 최초의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새로운 기전으로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형 혁신 신약이 탄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