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는 정의와 평화를 핵심 주제로 다루면서 특히 개최국인 한국의 상황을 반영해 한반도 평화 문제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세계 교회가 함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기도했다는 것 자체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공유하고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우려가 WCC의 전체 입장에 충분히 전달되고 반영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총회 기간 진행된 에큐메니컬 좌담 프로그램의 산물으로 7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가 발표됐다.
이 성명서는 한반도 평화를 한국과 북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동북아시아와 전 세계의 평화의 문제라는 전제 하에 다루며 1953년의 정전협정을 대체할 포괄적인 평화협정을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한국과 북한 간의 관계 정상화와 통일 촉진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한 세계교회와 한국교회의 노력으로 성명서는 한국전쟁 이래로 WCC가 지속해 온 한국과 북한 교회 지도자들 간의 대화 증진 노력의 틀 안에서 이 같은 시도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을 약속하고 있다.
또한 한반도 평화는 교회와 한국과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국가, 유엔·국제사회의 공동 책임임을 천명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이산가족 문제의 인도적 해결을 중요하게 언급했다.
그러나 성명서는 많은 한국교회들이 우려하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어 가장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에큐메니칼 좌담에는 한국 교계 지도자들이 다수 참여해 성명서 내용을 토론했다. 이 가운데 이종윤 목사(한국기독교학술원장, 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 상임대표)는 이 선언문에 북한 인권 관련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사가 속한 교단이며 WCC 회원 교단이기도 한 예장 통합의 최근 총회에서도 "WCC 총회가 오늘날 북한에서 얼마나 인권이 철저히 유린되고 있는지 알리고, 북한의 인권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성명서를 발표하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에 총대들이 일제히 박수로 동의한 바 있다.
그러나 성명서는 결국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내용은 빠진 채 채택됐다. 단 한 차례 나온 인권 위기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나,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고 상황 개선을 촉구기보다는 국제사회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성명서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금융 제재의 전략적 효과와 윤리적 원칙에 의문을 제기하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안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 역시 한국정부와 교회의 전반적 인식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특히, 총회 마지막 날인 8일 이번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위원장인 김삼환 목사 역시도 폐회연설 중 "한국교회는 유엔이 결의한 북한 경제 제재가 적절하고 훌륭한 결정임을 알고 있다"며 성명서 내용과 상반된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