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천여 에큐메니컬 지도자들을 한 곳으로 불러모았던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8일 오후 폐회예배를 끝으로 지난 10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의 길로 이끄소서'를 주제로 열린 이번 부산총회를 마무리하며, 이날 예배는 세상 속으로 정의와 평화를 위한 여정의 순례자들을 보낸다는 의미에서 폐회예배가 아닌 '파송예배'란 이름으로 드려졌다.
총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BEXCO) 컨벤션홀에서 이날 오후 2시 15분 드려진 예배에는 성공회 소속 마이클 랩슬리(Michael Lapsley) SSM수도회 신부(남아프리카공화국 기억치유연구소 소장)가 누가복음 36-49절을 본문으로 설교를 전했다.
랩슬리 신부는 "엠마오 도상의 제자들에게 나타난 예수께서 하신 일은 그들의 고통과 슬픔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도우신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들, 특히 성직자들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회 개회예배에서 우리는 각 대륙의 가난하고 학대받는 사람들의 탄식을 들으며 시작했고 총회 기간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으며 영혼에 깊은 인상을 받고 그들을 도울 용기를 가지게 됐다"며, 특히 전쟁과 폭력, 강간, HIV 등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위한 사랑과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 들어 줄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정의를 위해 일할 수 있게 된다"며, "우리가 서로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어줄 때 우리 안의 분단이 사라지고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랩슬리 신부는 "십자가에 달리고 부활하신 분께서 우리들이 서로의 상처를 돌보며 서로의 아픔에 귀기울이며 마침내 하나를 이루기 바란다"며, "또한 인간의 세계뿐 아니라 '어머니' 지구의 통곡 소리에도 귀를 기울임으로써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이곳 한반도에 초대되어 많은 대접 받고 한국 교우들 신앙에 감동 받았지만 한반도의 남북이 거대한 무기고와 같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한반도야말로 화해와 오랜 상처의 치유를 통해서 평화를 이룩한 곳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설교 중 그는 이른바 동성애자인 성적소수자들에 대해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랩슬리 신부는 "모든 연령대에서 여러분(성적소수자들)은 고통스럽게 살아 왔다"며 "신앙인으로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제 꿈은 모든 종교 지도자들이 저와 똑 같은 사과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설교에 앞서서는 이번 총회에서 아시아 지역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장상 목사가 대표 기도했다. 그는 "새로 모를 심으면 논이 그럴듯해 보이나 뿌리를 내리고 키가 자랄 때 논바닥이 갈라져버리면 한 해 벼농사를 망치기 일쑤"라며 "기독교는 논과 같다. 우리가 사랑의 뿌리를 내리게 하사 그리스도인의 교제와 봉사로 성장하게 하고 우리 삶 속에서 주님의 뜻을 이루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개회예배와 마찬가지로 예배를 드리는 동안 십자가와 성수, 촛대, 성화와 각 대륙 상징물이 강단 위에 차려졌고, 설교에 앞서서는 정교회 전통 곡조의 아람어 성경 봉독이 이뤄졌다.
예배의 마지막 순서에서는 이번 총회에서 선출된 중앙위원회 위촉식이 진행되어, 중대한 임무를 부여 받은 위원들을 위해 모두가 기도하고 축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도 인도자로 나선 박종화 목사(총회준비대회장)는 "우리의 일정을 모두 끝내고 다시 순례의 길을 떠나는 이 순간 이번 WCC가 중앙위원으로 선출한 분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들에게 열심을 주사 정의와 평화 일치를 위해 힘쓰게 하고 확신을 가지고 일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위촉식에서는 특별히 각 중앙위원들에게 한국 교회 전통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하는 계란을 선물했다. 인도자는 "이 계란으로 새 하늘과 새 땅의 소망을 함께하자"고 선언했다.
끝으로 참석자들을 위해서 역시 장상 목사가 축복기도를 인도했다. 장 목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저희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선교를 향한 열정의 불을 붙여주사 생명의 하나님께서 저희들을 정의와 평화의 길로 이끄소서"라고 기도했고, 참석자들은 "저희들이 순례의 길을 가는 동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기쁨과 믿음이 충만하게 하시며 삼위일체이신 하나님께 영광이 있을지어다"라고 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이로써 모든 총회의 공식 일정이 막을 내리고 참석자들은 "순례의 공통된 소망"을 안고 세상 속으로 파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