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이 대전형무소 수감 생활 중 직접 만든 지승공예품이 4일 공개됐다.
흥사단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산 선생이 1930년대 제작한 지승공예품 총 11점을 공개했다.
지승공예란 좁고 길게 자른 한지를 손으로 꼬아 노끈처럼 만든 뒤 다시 엮어서 만드는 공예기법을 말한다.
이번에 공개된 공예품은 크기가 다른 발우(鉢盂) 10개가 한 세트로 묶인 바리때와 바구니 1개로, 지승공예 기법에 옻칠을 더해 견고하고 섬세하게 만들어졌다.
도산 선생은 1932년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붙잡혀 서울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가 1933년 3월 대전형무소로 이감됐다. 이후 이곳에서 2년여간 지내며 기술을 배워 공예품을 만드는 노역을 했다.
도산 선생은 1935년 2월 임시출옥할 때 형무소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도왔던 조선인 간수장에게 감사의 뜻으로 자신이 만든 공예품을 전달했다. 이후 간수장의 유족들이 공예품을 소장해오다 최근 흥사단에 기증했으며 전문가 감정을 통해 진품으로 확인됐다.
반재철 흥사단 이사장은 "그동안 도산 선생이 남긴 서예작품은 있었지만 공예품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며 "선생의 '무실역행'(務實力行) 정신과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교육적 가치가 있어 문화유산에 등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명화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민족정신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도산 선생의 물건 대부분이 일본에 압수됐는데 오늘날 이런 귀중한 유품이 남아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양의숙 한국고미술협회 감정위원은 "전문가 이상의 수준으로 너무나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며 "민중의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고 만든 인물이나 시기가 확실해 국보나 보물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도산 선생의 작품은 7일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도산 탄생 135주년 기념 '도산의 밤' 행사에서 공개된 후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내 도산기념관 전시실에서 11일부터 상설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