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의 무차별 도청 파문이 아시아권으로 번지고 있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31일(현지시간)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폭로한 미국 내부 문건을 인용해 호주 정보기관인 '방위신호국'(DSD)이 아태 지역의 호주 대사관에서 감시시설을 운영해왔다고 전했다.
DSD는 감청용 안테나를 지붕 창고나 가짜 건축물에 감추는 등 감시시설을 숨겨왔으며, 이 때문에 외교시설 직원 대부분이 이들의 진짜 임무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자카르타와 태국 방콕, 베트남 하노이, 중국 베이징, 동티모르 딜리 주재 호주 대사관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고등판무관실 등에서 이 같은 활동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도 이번 주 기사에서 '다섯 개의 눈'(Five Eyes)으로 불리는 영미권 첩보 동맹국(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이 아태 지역 대사관 내부에 비밀 감시시설을 설치, 현지 정치인의 통화내용 등을 감청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잇따르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측에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의혹을) 분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다"며 "중국도 관련 보도 내용을 엄중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이미 미국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은 정찰 시설이 자카르타 주재 미국 대사관에 있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 대사관에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외무부는 또 자카르타 주재 그레그 모리아티 호주대사로부터 공식 해명을 듣겠다며 그를 불러들였다.
말레이시아도시 쿠알라룸푸르 주재 미국 대사관을 통해 즉각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태국 국가안전보장회의의 파라돈 파타나타부트르 사무총장은 태국법에서 스파이 행위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파키스탄 정부도 미국이 자국의 전화를 도청했다는 보도에 따라 이 문제를 미국 측에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스노든 폭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현지 대사관을 통한 정보수집 활동은 코드명 '스테이트룸'(Stateroom)이라는 신호정보 수집 프로그램에 근거한 것이다.
스테이트룸 감시시설은 호주를 포함한 영미권 첩보 동맹국들의 대사관이나 영사관 내부에 설치돼 외국 정보 수집 목적으로 활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