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에 면접권 부여...1.5배수 추첨 뒤 면접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을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두 달여 만에 철회했다. 지원 자격과 전형 과정에서 성적 반영은 금지하되 학교가 면접으로 신입생을 최종 선발하도록 허용했다.

학원가에서는 추첨제였던 지금까지의 선발 방식에 비해 오히려 자사고의 학생 선발권한이 강화되고, 우수 학생의 자사고 선호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8일 교육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확정안'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8월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시안' 내용 가운데 일반고의 교육과정 필수 이수단위를 현행 116단위(1단위는 주당 1시간)에서 86단위로 축소해 학교별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확정안에 담았다. 교육과정 개선 지원비로 4년간 일반고에 5000만원씩, 모두 76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도 확정됐다.

시안과 판이하게 달라진 대목은 서울 지역 자사고 선발방식이다. 2010년 도입 이후 자사고는 지금까지 중학교 내신 상위 50% 이내 학생 중 지원자를 대상으로 추첨해 학생을 뽑았다. 때문에 중학교 성적 우수 학생들이 자사고로 쏠렸고, 일반고에는 중하위권 성적의 학생들이 주로 모이게 됐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8월 중학교 내신 성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사고에 지원할 수 있도록 자사고 선발 방식을 바꾸는 내용의 '시안'을 발표했다. '상위 50% 지원-추첨' 방식에서 '누구나 지원-추첨'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졸지에 우수 학생 선발 기회를 잃은 자사고가 두 달 동안 반발했다.

결국 교육부는 8월에 발표한 시안과 자사고 반발 주장을 버무린 형태로 이날 확정안을 발표했다. 중학교 내신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자사고 지원자격을 부여하되 지원자의 1.5배를 추첨으로 선발한 뒤 자사고가 2차 면접을 실시해 학생을 뽑도록 한 것이다. '누구나 지원-1.5배 추첨-면접 선발' 방식이다.

입시업체들은 자사고에 상위권 학생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임성호 하늘교육중앙학원 대표는 "2013학년도(지난해)에 서울에 있는 자사고 24곳 가운데 18곳의 경쟁률이 1.5대1을 넘지 못했다"면서 "결국 1.5배 추첨 방식은 사실상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했다.

교육부의 정책 후퇴가 강남 학부모를 비롯한 자사고 측의 로비와 항의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자사고 학부모 수천 명이 대규모 집회를 잇달아 열어 세를 과시했고 교육부의 공청회장을 점거해 농성도 벌였다. 일반고 교장단 대표와 한 차례, 자사고 교장단 대표와 다섯 차례 공청회를 여는 등 교육부의 공식 의견수렴 절차도 자사고에 유리하게 이뤄졌다.

이번 정책 후퇴로 인해 인문계 고교의 서열화 체계는 쉽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중학교 성적이 좋고 학비부담을 감내할 수 있다면 '외고·국제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56곳) 또는 전국 단위 선발 자사고(10곳)-광역 단위 선발 자사고(서울 24곳 등 39곳)-일반고(1524곳)' 순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율형사립고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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