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기독교의 겨울'로 바뀌나…중동권 등 박해 심화

선교
중동·아프리카
이지희 기자
중동, 정치적 격변기 교회 피해 심각…대표적 박해국은 시리아
사이드나야에 있는 고대 기독교 유적지인 성모수도원(Our Lady of Saidnaya Monastery)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전세계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박해가 세계적으로 3분의2가 넘는 지역에서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해 받는 교회들을 조사하고 지원해 온 에이드투더처치인니드(Aid to the Church in Need) 영국 지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런던에서 '박해 받고 잊혀진: 신앙으로 인해 억압 당하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저자 중 한 명인 존 폰티펙스(John Pontifex)는 "기독교 박해가 발생하는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3분의 2가 되는 국가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년 간 조사한 30개국 중 20개국의 박해 상황이 악화됐다. 가장 최악의 박해 국가는 북한과 에리트레아였으며 기독교를 위협하는 많은 나라들에서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해외로 이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폰티펙스는 "이러한 위기 가운데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교회가 잘 생존하고 있다"며 "특히 중동 지역에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2011년 초 이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쓴 민주화 혁명인 '아랍의 봄'이 이제 '기독교의 겨울'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격변기 속 중동의 소수 기독교인들이 겪는 피해가 이를 증명한다.

대표적인 국가가 시리아다. 시리아에서는 내전 이후 기독교인의 3분의 1이 시리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내전은 아랍의 봄 이후 독재 정부에 대항한 소규모 시위를 시작으로 2년 반 넘게 계속돼 왔다. 이로 인해 총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지난 8월에는 정부군이 반군과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시리아 정교회 대주교인 그레고리 3세 라함은 최근 BBC 방송을 통해 175만 시리아 기독교인 중 45만 이상이 시리아를 떠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리아의 기독교 공동체가 아직 살아남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오픈도어선교회 대변인은 이에 "시리아에 남은 기독교인은 시리아를 떠난 기독교인만큼이나 정확한 수치에 여러 의견이 있다"면서 "시리아를 떠난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이 시작됐을 당시 시리아 내 기독교 인구는 총 인구의 8% 정도였고, 나라를 떠난 기독교인은 8%보다 낮은 것으로 추측된다.

오픈도어선교회는 "시리아를 떠나거나 국내에 남아있는 기독교인들이 슬픔을 위로 받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기회가 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전세계 박해 받는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에이드투더처치인니드는 2011년 보고서에서는 33개국 중 22개국의 박해가 악화됐으며, 이집트, 이라크,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에서 더욱 박해가 심화됐다고 밝혔다. 또 이미 심각한 박해 국가로 잘 알려진 북한, 중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비교적 종교 자유가 보장된 베네수엘라, 이스라엘 등에서도 박해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전세계 종교 박해의 75%는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하며, 전세계 22억 기독교 인구 중 1억 이상이 박해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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