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으로서 한국 첫 유학생이자 첫 박사, 그리고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백악관 직속기관인 국가장애위원회 차관보까지 올랐던 고(故) 강영우 박사. 그가 평생 바랬고 헌신해 온 그 일을 지금은 아내 석은옥(72) 여사가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말 입국해 이제 출국이 얼마 남지 않은 석은옥 여사를 지난 24일 만났다.
석 여사는 먼저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 회장'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에는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가 새겨져 있었다. 석 여사는 "6개의 점으로 가,나,다...도 만들 수 있고 A,B,C...도 쓸 수 있다"며 "며칠전 만난 어느 여자대학 총장도 자신의 명함에도 점자를 넣었다며 보여주더라"고 전했다. 그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기뻤던지 석 여사는 그 얘기를 전했다.
석 여사는 숙명여대 1학년 재학 중 대학적십자사 청년봉사회 부회장으로 서울 맹학교에서 뒤늦게 학업을 이어가던 강 박사를 처음 만나 1972년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가 두 아들을 낳았고, 자신은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시각장애인 순회교사로 28년 간 일했다.
강 박사 소천 이후 그녀는 "때로는 쓸쓸하지만 적적하게 지낼 시간이 없이 만든다"고 말했다.
석 여사는 "작년 7월에는 하나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셔서 워싱턴 DC 지역의 미망인 30명을 초청해서 위로잔치를 해줬다"며 "식사도 대접하고 치과 클리닉 쿠폰, 현미쌀 1포, 꽃다발 등 푸짐하게 선물했다"고 말하며 매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노인대학에서 한인 노인들에게 크로마하프 를 가르치기도 하고 어떤 클래스에서는 배우기도 한다는 그녀였다.
두 아들이 30분 거리에 가깝게 사니 운전해서 가 만난다며 "저는 하나님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지난 9월 28일 한국에 방문해서도 석 여사는 그달 30일 고 강영우 박사 추모 음악회에 참석하고 10월 4일 강 박사의 고향 생가(경기도 서종면 문호리 784번지)에 표석 안치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19일에는 양평에 강 박사의 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한 발기임 모임도 참석했다.
중간중간에는 세신감리교회, 온양온천감리교회, 대전한빛감리교회 등 지역 교회들과 한양여대, 공주대학, 한밭대학 등에 초청돼 간증 및 교육 특강을 하는 쉴새 없는 일정이었다.
석 여사는 "제가 특강을 해서 받은 강사료는 다 모아서 장애인 학생에게 미국 연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강영우장학재단에서 추진하는 일을 위해 100% 다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작년부터 시작해 강영우장학재단 이사들과 여러사람이 힘을 모아 1억 가까이 모았다"며 "올해 강영우 박사님의 추모음악회를 보고 한 서울대생은 매달 만원씩 모금을 하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석 여사는 웃으며 "'복권을 사볼까?'도 생각하기도 했다. 하나님이 좋은 일 하라고 주실까 싶어서..."라며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석 여사가 기억하는 남편 강영우 박사와 같은 많은 시각 장애인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그녀가 이 일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