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가을배추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최소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큰폭의 가격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 지지를 위해 산지폐기 등 과감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관련기관이 작성한 가을배추 수급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가을배추 생산량은 155만4000여t으로 평년(146만2000t)보다 6.3%, 지난해(129만8000t)보다는 19.7% 많을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재배면적이 늘고 기상여건이 좋았기 때문이다.
재배면적은 9월 중순 현재 1만4827㏊로 지난해(1만3408㏊)보다 10.6%, 평년(1만4232㏊)보다는 4.2% 각각 증가했다.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김장철(11~12월) 10㎏들이 상품 한망의 도매시장 가격이 평균 8150원 선으로 평년(4850원)보다 60% 이상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건고추값이 하락하면서 재빨리 가을배추 재배로 돌아선 농가가 상당한 것도 재배면적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양호한 기상여건이 본격적인 출하철까지 이어질 경우 15년내 최대 풍작을 기록했던 2011년 단수(10α당 1만946㎏)가 나올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늘어난 재배면적에 2년 전 단수를 적용할 경우 가을배추 생산량은 무려 162만3000t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보다 25%, 평년보다는 11% 이상 각각 많은 양이다.
이에 따라 김장철 가을배추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최소 15% 이상, 지난해보다는 49% 이상 낮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벌써부터 업계에 팽배하다.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와 주요 김치업체인 대상FNF㈜·㈜한성식품 등은 11~12월 배추 도매가격(10㎏들이 상품 한망)이 3000~4000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값 하락 전망이 전해지면서 전남 해남과 전북 고창, 충남 예산·당진 등 산지에서는 수집상과의 밭떼기 거래가 사실상 실종돼 농가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한 주산지농협 관계자는 "수급예측 실패와 늑장 대처로 값 폭락을 키운 건고추·마늘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정확한 수급예측을 토대로 산지폐기 등 출하물량 조절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기상청이 초겨울 추위가 11월 초에 닥칠 수 있다고 예보하면서 작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배추는 영하 3℃ 이하의 온도가 2~3일 지속돼야만 언피해가 나타나므로 일찍 추워지더라도 배추 생육엔 지장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