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對 조영곤, 서로 다른 '진실'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진실을 둘러싼 공방전이 가열됐다.

이날 국감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수사 과정에 하자가 없다고 일관한 반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절차상 흠결을 내세우며 공방을 거듭했다.

◇윤석열 영장방침 사전 보고했으나 조영곤은 불가

이날 국감에서 나온 발언을 종합하면, 윤 지청장은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와 관련해 직속 상급자이자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조 지검장에게 사전 보고는 했지만 정식으로 결재나 승인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윤 지청장은 지난 15일 밤 조 지검장의 자택을 찾아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방침 및 수사계획을 구두로 설명하면서 보고서를 제출했다. 장소는 사무실이 아닌 자택이지만 나름대로 형식을 갖춰 대면 보고가 이뤄졌다는 게 윤 지청장의 입장이다.

윤 지청장은 "당시 조 지검장이 격노하며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를 내면 하라'고 했다. 이런 상태에서 조 지검장을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가기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반면 조 지검장은 당시 '자리'의 성격을 술과 식사를 겸한 사적인 자리라고 주장했다. 윤 지청장이 사적인 대화를 나누던 중 자정을 넘긴 시각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으며 영장(체포, 압수수색) 결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조 지검장은 일단 정식 지휘라인을 거치지 않은 결재 요청을 불가했다. 보고서 내용과 쟁점, 법리, 사건 기록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필요성 등도 결재를 불가한 이유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절차상 흠결이 있었기 때문에 '결재 보류'가 불가피했다는 게 지검장의 생각이다.

이 같은 상급자의 부정적인 태도에 윤 지청장은 남은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판단, 16일 박형철 부장(부팀장)전결로 체포·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감행했고, 다음날인 17일 영장을 집행한 뒤 지검장에게 사후 보고를 했다.

◇"공소장 변경 4차례 승인" vs "야매 보고"

공소장 변경 논란과 관련해선 윤 지청장과 조 지검장간 의견이 더욱 첨예하게 엇갈린다.

윤 지청장은 특별수사팀의 부팀장인 박형철 공공형사수사부장을 통해 지검장 보고 및 승인이 4차례 이뤄졌고, 공소장 변경은 부장검사의 전결인 점을 내세워 법이나 내부 규정상으로도 전혀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조 지검장은 공식적인 문서 형태로 지휘라인을 통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단지 구두로만 공소장 변경을 전해들은 점을 지적하며 문서상으로 공소장 변경을 결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조 지검장은 "야매 보고"라고도 표현했다.

◇수사 외압 있었나

윤 지청장은 "지검장에게 보고하자 처음에는 격노하셨다. '야당 도와 줄 일 있나. 야당이 이걸 가지고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냐"고 조 지검장이 질책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런 말씀을 하시길래 검사장을 모시고 이 사건을 계속 끌고 나가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지휘부에 대한 불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윤 지청장은 또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계속 되어 왔다"며 황교안 장관을 실명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무관하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어 "검사들은 사실상 수사팀을 힘들게 하고, 수사하는 사람들이 느끼기에 정당하고 합당하지 않고 도가 지나쳤다면 그것을 외압이라고 느낀다"며 법무부와 황 장관을 겨냥했다.

반면 조 지검장은 "중요사건은 상부에 보고하게 돼있다. 눈치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정확한 프로세스를 위한 것"이라며 "저는 예민한 사건일 수록 공정을 갖춰야 한다고 늘 이야기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팀을 신뢰하면서 많은 힘을 실어줬다. 보고나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제 자신이 충분한 의견을 듣는 편이다"며 "저는 부족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두는 나름대로의 소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2013년도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산하 기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한 뒤 조영곤(아래)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13.10.2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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